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지급준비금 부실 의혹에 휩싸였다. 빗썸은 분기별 재무실사보고서를 통해 이용자 예치금과 암호화폐 보유 현황을 공시하는데, 올해 1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지난해 4분기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3분기 실사가 진행된 지난해 9월 이후 빗썸의 지급준비율이 ‘깜깜이’ 상태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28일 현재 빗썸은 지난해 4분기 재무실사보고서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빗썸 재무실사보고서는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원화 예금잔액과 암호화폐 수량 등 지급준비금 보유 현황에 대해 외부의 회계법인이 실사를 수행하고 작성하는 보고서다. 빗썸은 매분기 한울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를 진행하고 보유 자산의 이용자 예치자산 규모 초과 여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를 마지막으로 빗썸의 재무실사보고서는 더 이상 올라오지 않고 있다. 빗썸은 지난해 11월 25일 ‘11월 30일~12월 1일 2022년 4분기 암호화폐 실사를 진행한다’고 공지했지만 넉 달이 지나도록 무소식으로 사실상 4분기 재무실사보고서 공개를 건너뛴 셈이다. 과거 빗썸은 외부 실사 진행 후 한 달 이내에 실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거래소의 지급준비율 공개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대부분의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FTX 사태 당시 국내 거래소의 파산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빗썸은 주기적인 외부감사와 실사보고서 공표를 통해 거래소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분기별로 공개하던 실사보고서가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이용자들은 빗썸의 지급준비율 현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빗썸과 마찬가지로 분기별 실사보고서를 공개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경우 1월 1일 기준 지급준비율을 지난달 공개했다.
이에 따라 빗썸이 마지막으로 지급준비율 현황을 공개한 지난해 9월 30일 이후 발생한 FTX 파산 사태가 지급준비율에 변동을 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빗썸은 지난해 7월부터 FTX 파산 직전까지 FTX에 모회사인 빗썸홀딩스 지분 매각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 사태 이전 빗썸 주주의 지분 매각 협상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빗썸이 FTX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이 엮여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지난 1월 FTX가 공개한 채권자 명단에는 빗썸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FTX 채권자로 분류된 경우 FTX 계정에 자금을 예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빗썸은 조만간 지난해 4분기 기준 지급준비금 현황을 공개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분기보고서 공시 시기와 맞물려 고객 예치자산 보유 현황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객 예치자산에 대한 외부감사 결과가 나오는 데에 4달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우려를 제기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통상의 감사 기법에 따르면 외부 회계법인이 실사할 땐 전수조사를 하기보다는 중요한 데이터를 랜덤으로 추출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사가 한 분기를 건너뛸 정도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주기적으로 공개하던 실사 정보가 나오지 않는 것이 좋은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