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가이드와 맺은 투어 프로그램 계약을 한국 측 여행사가 정말 몰랐을까요.”
최근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던 원모(29) 씨 부부의 허니문은 가이드의 폭언과 협박으로 마무리됐다. 현지 공항에서 빼앗긴 여권을 돌려받은 것은 추가된 투어 비용 170만원을 송금한 이후였다. 한국에 돌아와 여행사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여행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코로나19로부터 일상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여행이 급격히 늘면서 여행 관련 피해도 덩달아 폭증하고 있다.
2일 한국관광공사 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1·2월 해외여행객 수는 350만 7193명으로 작년 한 해의 53%에 육박했다. 폭증한 여행 수요와 더불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해외여행 피해 관련 상담 건수 역시 작년 2159건인데 반해 올해는 2월까지 이미 1000건을 넘었다. 2월 한 달 동안 접수된 상담은 전년 동월 대비 931%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전년 동월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국외여행’ 항목에서 업체가 환급을 지연하고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여 발생한 불만 상담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321.7%의 증가율을 보인 ‘항공여객운송서비스’ 항목에서는 항공사의 과도한 취소 수수료 요구와 관련한 상담이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행사의 계약과는 별개로 현지 가이드가 요구하는 추가 프로그램을 계약하면서 발생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추가 프로그램 비용도 적지 않지만 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앞서 원 씨 부부는 쇼핑센터 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인당 30만 원의 위약금을 요구 받았지만 거절했다. 당초 귀국 후 보내기로 한 투어 비용 170만 원을 공항에서 바로 지불하라고 협박 받은 것도 이 위약금을 거절했다는 이유였다.
원씨 부부는 “계약서상에 위약금과 관련된 내용이 없었고 쇼핑센터 일정 불참에 대해 한국 여행사와 이야기가 끝난 상태였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귀국 후 한국소비자원에 피해사실을 알리고 한국 측 여행사에 소비자원의 합의 권고를 전달했지만 “현지 업체와 무관하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부부는 소송을 제기했고 끝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신혼여행상품 계약해제 시 과도한 취소수수료를 부담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신혼부부의 사정으로 여행개시일 이전에 계약해제를 요구할 경우 ‘특별약관’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제를 거부하거나 과도한 취소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신혼여행상품 거래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건 중 계약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136건이다. 하지만 특별약관이 사용된 129건 중 60건은 동의절차가 없어 소비자에게 적절한 설명이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갑작스러운 여행사의 폐업으로 출국 하루 전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여행사와 계약을 맺은 사례도 발견됐다. A 여행사는 지난 1월 말 “사정으로 인해 모든 여행상품의 행사 진행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일괄 취소 처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내 일방적인 계약해제를 통보했다. 하지만 환급 절차 등에 대한 명확한 추가 설명이 없어 피해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국외 여행 관련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여행 준비 단계에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여행사와 계약을 맺기 전에 여행사의 인허가 사항과 영업보증보험을 조회하고 여행사의 기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