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트위터가 계정 인증 마크 제도를 유료화하자 미국 주요 언론과 기관들이 해당 기능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면하고 나섰다. 특히 뉴욕타임스(NYT)가 유료화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자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NYT의 ‘블루 체크’를 없애고 독설을 퍼붓는 등 반격에 나섰다.
3일 미국 일간 NYT의 트위터 계정은 블루 체크 마크가 사라진 상태다. 앞서 NYT가 트위터의 새로운 유료 인증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하자 머스크 CEO가 NYT 계정에서 블루 체크를 떼겠다고 공언한 후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2월 트위터가 내놓은 유료화 정책에 따르면 기업 계정은 골드 인증 마크를 받는 데 매달 1000달러(약 131만 원)을, 개인은 블루 인증을 받는 데 매월 8달러(약 1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 무료 이용자가 누리던 체크 인증 기능은 제거되며, 이달 15일부터는 유료 인증 계정에 한해 추천 피드에 노출되며 설문조사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NYT는 지난달 30일 “트위터에서 약 55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NYT 공식 계정은 인증 배지를 받기 위해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뉴스 보도에 꼭 필요한 경우에 아니면 소속 기자들의 계정에 대해서도 유료 인증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NYT는 “유명인과 기관들은 이미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어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데 돈을 내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며 “트위터는 가장 작은 소셜 네트워크로,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계속 쪼그라드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1일 머스크 CEO는 “그렇다면 우리는 인증 마크를 뗄 것”이라고 예고한 후 이를 실행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NYT의 진짜 비극은 그들의 선전이 흥미롭지도 않다는 것”이라며 “그들의 피드는 트위터에게 설사와도 같으며, 그것들은 읽을 만하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트위터의 유료 인증 서비스에 대한 다른 언론과 기관, 개인 이용자들의 반응 역시 좋지 못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CNN, LA타임스, BBC 등이 공식 계정의 인증 제도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의 체크 인증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28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정치 팟캐스트 ‘더 릭 스미스 쇼’의 진행자 릭 스미스는 “트위터가 공적인 공간이라면 왜 입장료를 내야하느냐”며 “나는 일론 머스크에게 한 푼도 지불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 기관들 역시 인증 유료화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이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직원들의 업무용 트위터 계정 유료 인증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메일로 공지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향후 산하 기관이나 부서 역시 이런 지침을 전달할 계획이다. 트위터는 인증된 정부 기관 계정에는 회색 체크 마크를 적용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증 정책의 변화가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관련 산업 계정에는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암호화폐 산업은 이미 사기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인증을 얻은 계정이 암호화폐 중개업체를 가장할 경우 허위 정보를 퍼뜨리며 전체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머스크는 해당 정책의 목적이 인공지능(AI) 봇의 확산을 막는 것이라고 했지만 봇 계정을 만드는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보이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