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개원했지만 초반부터 주요 쟁점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며 거친 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일부 상임위원회가 파행 운영되는 등 정쟁의 지뢰밭으로 전락하고 있다. 여야는 한일관계와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양곡관리법 등을 두고도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앞둔 3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 개최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이 “국회법을 무시한 편파적 상임위 운영”이라며 참석을 거부하자 민주당은 자당 농해수위 위원들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파행 운영했다.
회의에서는 한 총리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해 ‘탄핵’ ‘양아치’ 등의 날선 발언이 쏟아져 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양곡관리법) 수정안 의결에 따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분석도 폐기돼야 하나 한 총리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면서 “알고도 인용했다면 국회는 물론 국민을 능멸한 것으로 마땅히 탄핵될 사유”라고 말했다. 한 총리가 거부권 행사 요구의 근거로 사용한 KREI 보고서가 최종 개정안을 분석한 것이 아닌 만큼 내용도 부정확하다는 주장이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도 “이게 대한민국 정부의 총리가 내는 담화인지, 아니면 동네 양아치가 발표하는 내용인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또 담화문 발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국정조사 추진까지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이어 11일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현안 질의를 열고 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에 대한 동의안을 단독으로 상정·가결했다.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를 비판하는 야당의 질의가 쏟아지며 여야는 ‘품위를 지키라’, ‘당신이나 지켜’, ‘건방지게’ 등의 고성을 주고받았다. 민주당은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 당시 일본 측이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우리 측의 수입규제 철폐를 요구했다는 일본 교도통신 등의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았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우리 정부가 이를 ‘가짜뉴스’라고 반박해온 데 대해 “오보라면 강력히 대응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언론 보도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분명히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 정책은 없고, 필요하면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라도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한 총리가 최근 대통령실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를 알게 된 시점을 두고서도 추궁했다. 한 총리는 이와 관련해 “용산(대통령실)에서 (김 실장 교체에 관한) 신문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임명이나 제청에 대해서는 국무총리가 충분히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안보실장은) 대통령이 쓰는 참모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용산과 대통령이 판단을 하는 부분이 많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4월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윤 대통령의 방미 준비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3월 한일정상회담 성과 여부를 파고들며 한 총리와 공방을 벌였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3자 배상안’을 거론하며 “굴욕적으로 해법을 갖다 바쳤으면 (한일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받아올 게 있었어야 한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한 총리는 “한 번의 회담을 통해서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다”며 “이번에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곧바로 “굉장히 유감”이라며 “어떻게 30년 넘도록 투쟁해서 우리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쟁취한 사법적 권리를 돌덩이로 비유하냐”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간의 날 선 설전도 오갔다. 한 장관은 검수완박 입법이 유효하다는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김회재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문제가 많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존중하고 그 취지에 맞춰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헌재 결정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냐”고 묻자 한 장관은 “많은 국민들이 그 결정을 비판하지 않느냐.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맞받았다.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 유지 결정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법의 위임에 따른 적법한 시행령”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