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자본금 요건을 채우지 못해 줄폐업 위기에 몰렸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 업체들이 가까스로 기사회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 들어 깊어진 경기 침체와 맞물려 일부 P2P 업체들의 연체율이 20%를 웃도는 등 자금 흐름이 여의치 않아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가 최근 가입 회원사를 대상으로 자본금 충족 여부를 전수조사한 결과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36개 P2P 업체 중 지난해 자본금 유지 기준에 미달된 곳은 하나도 없었다. 협회 관계자는 “자본금 유지 조건을 넘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P2P 업체는 개인 투자자와 중·저신용자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온라인 중개 업체로 저축은행 등 2금융권보다 금리가 낮아 ‘1.5금융’으로 분류된다. 다만 P2P 상품은 여타 금융 상품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별도의 자본금 요건을 두고 업체의 건전성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연계대출 규모에 따라 일정 수준의 자본금을 유지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가령 연계대출 규모가 △1000억 원 이상일 때는 자본금 21억 원 △300억~1000억 원일 때는 7억 원을 확보해 둬야 하며 2년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등록 취소 대상으로 분류된다.
협회가 자본금 요건을 전수조사한 것은 지난해 상당수 업체들이 재무 구조가 악화하면서 폐업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미 2021년에도 P2P 업체 36곳 중 7곳은 자본금이 기준치를 하회했다. 2년 연속 기준치를 밑돌면 퇴출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경기 둔화로 대출 규모마저 줄면서 업계의 자본금 확충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P2P 업체가 도산할 경우 예금자 보호라는 안전장치가 없는 탓에 투자자는 기존 투자금을 고스란히 떼이게 된다. 이에 주요 주주들은 지난해 말부터 다급히 자금을 투입했고 P2P 업체는 가까스로 자본금 요건을 맞추게 됐다. 실제 업계 1위 피플펀드는 2021년 자본금이 -49억 8000만 원에 달해 부실 우려가 특히 컸는데 회기 종료 직전인 지난해 12월 기존 주주사 9곳으로부터 247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냈다. 덕분에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이 30억 5000만 원으로 올라서 기준치(21억 원)를 넘길 수 있었다.
P2P 업체의 한 대표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부터 퇴출 위기에 몰린 업체들을 직접 찾아 자본금 확충을 채근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면서 “기존 투자자로서는 투자금을 전부 날릴 판이니 ‘일단 살리고 보자’며 추가 자금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 들어서도 대출 연체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대출 잔액 기준 업계 2위 규모인 투게더펀딩의 2월 말 기준 연체율은 17.01%를 기록했으며 다온핀테크의 연체율은 28.15%까지 치솟았다. 연체율이 오를수록 잠재 투자 손실이 커지는 만큼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협회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연체율이 높지만 지난해 말을 정점으로 차츰 낮아지는 추세”라며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지난해 수준의 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