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4.2% 오르며 2개월 연속 4%대를 기록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견인해온 석유류 물가가 대폭 하락한 영향이 컸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전년 동월 대비)로 집계됐다. 올 2월(4.8%)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부터 올 1월까지 9개월 연속 5%대를 웃돌다가 올 2월 4%대로 내려앉았다.
물가 상승세를 꺾은 것은 국제유가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2% 하락했다. 2020년 11월(-14.9%) 이후 최대 낙폭이다. 석유류 가격 하락에 힘입어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물가 상승률은 2.9%에 그쳤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 상승폭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 올 2월(4.8%)과 같은 수준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0% 상승했다.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4% 올라 전월(5.5%)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정부는 물가 흐름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김 심의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상반기 물가 상승률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올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요금 등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정부가 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8.4% 올랐다. 통계청이 전기·가스·수도 가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구체적으로 전기료와 도시가스는 각각 29.5%, 36.2% 올랐다.
향후 국제유가 흐름도 관건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는 최근 다음달부터 추가 감산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된 대규모 감산 정책과는 별도의 조치다. 총 감산량은 글로벌 원유 수요량의 약 3.7%로 추정된다. 김 심의관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순차적으로 국내 물가에도 반영될 것”이라며 “국제유가를 비롯해 향후 공공요금 인상 요인, 서비스 부문 가격 하락 여부 등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상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