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이 넘게 거래되는 아파트에 살아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서울 용산구 H아파트에 사는 두 가구의 분쟁이 형사사건으로 번지는 일이 발생했다.
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갈등은 2021년 A씨가 B씨 아랫집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아내와 두 자녀를 둔 A씨는 B씨 가족들의 발소리가 크게 울려 가족이 힘들어한다고 따졌다.
A씨는 관리사무소와 인터폰을 통해서도 B씨에게 불만을 제기했다. A씨가 직접 B씨의 집으로 가서 따진 것만도 다섯 차례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조용히 해달라’는 메모지를 B씨 현관 앞에 붙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1일 오전 7시께 결국 쌓인 앙금이 터졌다. B씨는 어떤 사람이 문을 쾅쾅 두드리며 고함 지르는 소리에 잠을 깼다. 층간소음에 불만이 쌓인 A씨가 30㎝ 길이 고무망치로 현관문 내리치며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B씨와 그의 아내는 A씨를 말리려 했지만 위협은 이어졌다. A씨는 “사람 우습게 본다. 당신 아이들의 발을 잘라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이날 일은 결국 형사사건으로 번졌다. A씨의 거친 항의를 견디지 못한 B씨가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특수협박 및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윗집의 B씨는 A씨가 항의할 때마다 사과했다. 소음을 줄이고자 안방과 창고를 제외한 집 안 곳곳에 2.3㎝ 두께의 소음 방지용 장판을 깔았다. 온 가족이 슬리퍼를 신은 채 까치발로 다니며 노력했다.
B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랫집이 입주하기 전까지 2년여간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최근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그중 한 아이가 유산됐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집 중 하나에서 층간 소음으로 아이를 잃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로 이민을 갈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 공간의 특성상 층간소음 문제를 본질적으로 방지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00억대의 H아파트는 내구성이 강한 고급 자재를 사용했음에도 층간소음 분쟁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분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상담 건수는 지난 2019년 2만6257건에서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6596건으로 크게 늘었다. 작년에도 4만393건으로 4만건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