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청탁을 빌미로 사업가로부터 10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심에서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금품 공여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혐의를 부인해온 이 전 부총장의 행위를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총장에게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에게 9억 8600만여 원을 추징하고 그에게서 압수한 가방·신발 등 각종 명품을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 서울 서초갑 지역위원장, 사무부총장 등 고위 당직자의 지위를 이용해 10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했고 그 일부는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며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공판에서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했으며 금품 공여자를 비난하며 진지한 성찰을 보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을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사업가 박 모 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총 9억 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0년 2~4월 박 씨로부터 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3억 3000만 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부총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왔다.
법원은 이날 이 전 부총장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일부 정치자금법 위반과 중복되는 알선수재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고 9억 8000만 원의 추징금 명령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 전 부총장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항소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