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맛보는 일을 뜻하는 오감. 그동안 인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오감에 기초해 묘사해왔다. 그러나 이 세계에는 그 몇 배에 달하는 무수한 감각이 실존한다. 감각을 정의하는 기존의 통념에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책이 나왔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에드 용의 신간이다.
에드 용은 2016년 책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를 통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미생물의 세계를 흥미롭게 그려 ‘과학 저널리즘’의 신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6년 만에 돌아온 그의 신작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동물이 지닌 굉장한 감각 세계를 다채롭게 전한다. 책의 차례도 모두 동물들의 감각으로 구성돼 있다. 냄새와 맛, 색깔 등 인간에게 익숙한 감각으로 시작해 표면 진동·메아리·전기장 등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영역도 소개한다. 예컨대 뿔매미를 비롯한 수많은 곤충들은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생성되는 ‘지반진동’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뿔매미는 어미를 부르기 위해, 구애를 하기 위해 표면파를 사용한다. 인간은 특별한 장치 없이는 이러한 진동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곤충과 식물이 가득 찬 숲 속에서는 진동의 합창이 매일 울린다.
인간은 매우 시각적인 동물이다. 시각적인 묘사 없이 감각을 그려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인간의 두 눈은 자연에서 표준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가 동물의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만큼이나 ‘눈’의 형태도 다양하다. 깡충거미의 눈은 8개이고, 가리비는 200개에 달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눈을 사용하는 방식도 다르다. 깡충거미는 중앙 눈과 보조 눈으로 나누어 수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그러나 저자에게 중요한 것은 특정 동물의 시력(혹은 감각)이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점이 아니다.
대신 그는 독일의 동물학자 야콥 폰 윅스킬이 정의한 ‘환경세계’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환경세계는 모든 생물이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면서도 자신의 감각 거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인간의 감각 거품은 좁지만, 인간에게는 다른 생물들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호기심이 있다. 이러한 호기심은 기술의 발전을 이룬 후 인위적 감각을 생태계에 흩뿌리는 인간에게 재고의 시간을 선사한다. 밤에도 꺼지지 않는 빛이나 해양 소음은 수많은 생물에게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 동물의 감각을 깊숙이 이해하면 생태계에 끼치는 피해를 반성하고 머리를 맞대어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저자는 코로나19의 경험이 잊고 있던 자연의 경이로운 감각을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고 말한다. 책을 덮는 순간 우리가 느끼는 세계는 넓어진다. 2만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