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제가 설명 드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119에 전화하세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뇌졸중센터로 가시는 게 가장 중요해요. "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을 겪었거나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뇌경색 의심증상이 있을 때 저를 찾아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평소 내원하던 병원이나 소위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의 명의를 찾느라 시간을 지체해선 안되고,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 응급실로 직행하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4위인 뇌졸중은 뇌혈관이 갑자기 혈전 등으로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이 80%를 차지한다.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에 정맥 내 혈전용해제 투여를, 큰 뇌혈관이 막혀 있을 땐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해야만 후유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뇌경색 발병 후 1시간 30분 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경우 치료받지 않은 환자보다 장애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3배 가량 높다. 반대로 3시간을 넘기면 그 가능성은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이 강조되는 이유다. 김 교수는 "뇌혈관이 막혀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가 1분에 200만 개 손상된다"며 "증상만으론 뇌경색과 뇌출혈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뇌졸증이 의심될 땐 바로 뇌졸중센터를 방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센터는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하다고 인증을 받은 병원으로 전국에 84곳이다.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6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다면 평소 뇌졸중 의심증상과 함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뇌졸중센터를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뇌졸중 증상은 갑자기 발생한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1분 만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안면마비·발음장애·편측마비·실어증·안구편위·시야장애 등이 뇌졸중 환자 첫 증상의 80~90%에서 발생하는 대표 증상이다. 김 교수는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웃·손·발·시선’을 기억하라고 설명해준다. 그는 "혈전용해술과 동맥혈전제거술 전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과 CT, 혈액검사 등을 진행하려면 30분~1시간 가량 소요된다. 동맥혈전제거술의 경우 혈관영상이 필요해 1시간 30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후유장애를 최소화하려면 실제 병원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이 알려진 골든타임보다 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