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건전성 우려가 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의무 검사 기준 변경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의 대형 저축은행을 집중 검사했다면 변경 이후에는 규모보다는 리스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선제적 대응 및 감독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의무 검사 규정을 이 같은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의무 검사 대상은 최근 회계연도 말 기준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저축은행이다.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는 조건을 충족하는 저축은행을 2년마다 공동 검사하고 있다.
금감원이 규정 변경에 나선 것은 시장이 커지면서 검사 대상 저축은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자산 규모만으로 검사에 나서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 ‘저축은행 사태’ 당시만 해도 의무 검사 대상은 한두 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2조 원 이상인 저축은행은 전체 저축은행의 25%에 달하는 20곳으로 늘었다. 자산 규모가 큰 저축은행만을 중심으로 검사를 하다 보면 정작 리스크가 큰 소형 저축은행은 수년간 검사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 2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예보가 (검사)하는 것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저축은행이라든가 이렇게 돼 있는데 실제로는 일정 규모 이하의 저축은행 등에서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며 “똑같이 10개를 (검사)한다고 하더라도 실황이나 시장 상황에 맞게 협의해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의무 검사 기준을 자산이 아닌 건전성 지표 등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어떤 지표를 중점적인 검사 기준으로 둘지, 변경 시점을 언제로 할지는 확정된 바 없다”며 “다만 (검사 방향을) 리스크 중심으로 가자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