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경매 보류’를 지시하자 금융 당국도 시중은행과의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금융 업계 일각에서는 시중은행 중심의 대책 마련이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8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5대 시중은행 주요 임원들이 화상으로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금융 당국은 전날에도 시중은행들로부터 경매 보류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데 이어 이날 회의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분위기다. 19일에도 실무진 회의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며, 금융감독원은 조속한 시일 내에 세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금융 당국은 전세사기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는 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단 피해자가 거주하는 전세사기 주택에 대해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들이 당분간 경매를 통한 주택 처분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거주 중인 주택에 대한 경매·공매와 관련해 은행뿐 아니라 여러 금융회사가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피해자들이 당장 거주할 만한 곳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 여유를 주는 차원에서 인천본부가 관리 중인 미추홀구 주택 경매 210건 중 51건의 매각 기일 변경을 신청한 상태다.
다만 금융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책 마련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최근 피해가 이어진 전세사기에 연루된 주택은 대부분 ‘빌라’여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대출이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실제 경매 보류를 추진하게 되더라도 제2금융권에서 뒤따라줘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매 보류를 추진하기 전에 ‘전세사기’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매 보류를 진행할 물건에 대한 기준이 없다면 전세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필요한 경매 보류로 은행들의 일방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천 전세사기처럼 수백 채에 대한 피해를 전세사기로 볼지, 한 채만 있는 주인이 전세금을 떼먹고 도망친 것도 전세사기로 포함해 경매를 유예할지 등 관련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며 “조금 더 내용을 다듬은 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