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일 모레 예순인데 '퐁당퐁당' 당직"…'전공의 19년차 인생 사는 뇌졸중 교수의 한숨

■ 뇌졸중 응급의료 이대론 안된다 <중>

신경과조차 응급 환자 많은 뇌졸중 전문의는 기피

권역심뇌혈관센터 14곳 중 1곳에서만 전임의 근무

골든타임 중요한 '뇌졸중' 전문인력 머잖아 고갈 위기





신경과 최고참격인 이수주(57) 대전을지대병원 교수는 ‘전공의 19년 차’ 인생을 살고 있다. 2004년부터 대전 살이를 시작해 교수가 됐지만 야간당직 순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뇌졸중 전임의는 응급실 필수인력이다. 신경계 질환자의 90% 이상이 응급실을 경유해 입원하는데 분초를 다투는 질환의 특성상 뇌졸중 의심 환자가 오면 어김없이 '응급콜'이 울린다.

매년 인턴, 레지던트(전공의)가 수련을 받지만 대전 토박이가 아닌 이상 십중팔구 수도권 대학병원에 원서를 내는 데다 ‘뇌졸중’ 전임의를 선택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 교수는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야간당직을 서고 다음날 외래진료 일정까지 소화하려니 갈수록 힘이 딸린다”며 “병원에서도 전공의가 부족하면 전문의로 채우라고 하지만 전국을 통틀어 뇌졸중 보는 의사가 몇 안돼 지원자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안성환(51) 조선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6년째 24시간 365일 ‘온콜(호출당직)’을 서고 있다. 2007년 병원 내 유일한 급성 뇌졸중 전담교수로 시작해 3년 정도 사흘에 한번 당직을 설 정도로 잠시 숨통이 트였지만 동료교수가 이직하면서 다시 독박 신세가 됐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조선대병원은 광주광역시와 전남 지역 뿐 아니라 전북에서도 일부 환자가 내원한다. 뇌경색으로 국한해도 한해 800~1000명이 입원하는데 오롯이 안 교수의 몫이다. 정부가 모든 진료과의 전공의 정원을 일괄 20% 감축하는 과정에서 100여 명이던 신경과 정원이 80여 명으로 줄어든 이후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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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교수는 “시간이 중요한 중증 응급질환은 지역에서 모두 해결해야 하는데 갈수록 전문의사가 부족해지고 있다”며 “모든 국민이 24시간 365일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려면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도심에서도 중증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뺑뺑이’를 도는 데는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료진 부족도 한 몫한다. 신경과는 2023년도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전기모집에서 113.3%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기피 진료과의 대명사 격인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과 비교하면 넉넉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뇌졸중 환자를 볼 전문인력이 없어 허덕이고 있다.

신경과에서조차 보수는 적고 업무강도가 높은 뇌졸중 전문의는 기피하기 때문이다. 응급의료 수가는 전문의 진찰료, 관찰료 등이 반영되는데 신경과 전문의가 뇌졸중 의심 환자를 진료할 경우 별도 진찰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24시간 전담의가 근무하는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료는 15만 원대로 일반과 간호간병통합병실(6인실 기준 17만 원대)보다 저렴하다. 이런 이유로 급성 뇌졸중을 전담하는 대학병원 교수 대부분은 24시간 대기하면서도 당직비조차 받기 힘든 찬밥 신세다.

전국 84개 뇌졸중센터에 근무하는 신경과 전임의는 14명에 불과하다. 올해 신경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83명 중 5명만 뇌졸중 전임의로 지원했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권역심뇌혈관센터 14개 중 전임의가 근무하는 센터는 1곳뿐이다. 전공의 없이 교수가 당직을 서는 병원들도 증가하고 있다”며 “한해 10만 명이 발생하는 뇌졸중 전문의 부족은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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