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전기요금 합리화 전에 할 일

송경빈 숭실대 전기공학과 교수

국제경제질서 급변에 에너지 위기

요금 조정·한전 빚 시급한 과제로

에너지 고효율화·절약 힘모을때

'변동성 대비 요금제' 도입 검토를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배출한 온실가스는 심각한 기후위기를 초래했다. 지난해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길 정도의 홍수 피해를 겪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6~8월 극심한 가뭄과 폭염·산불 등의 기후위기를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남부 지방의 가뭄, 서울 강남 한복판의 폭우 재앙, 태풍 힌남노 피해 등을 잇따라 겪었다. 국민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구의 환경 보전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1997년 일본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협정 채택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지난해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시행하며 탄소 중립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에너지 공급 위기가 지속되면서 탄소 중립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커졌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경제·에너지 부문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포함된 ‘OPEC 플러스’가 원유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해 국제유가가 급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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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공급 위기는 국내 전력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면서 전력도매가격을 나타내는 계통한계가격(SMP)은 2020년 ㎾h당 평균 68.87원에서 2022년 196.65원으로 급등했다. 한국전력이 구입한 정산 단가도 같은 기간 80.35원에서 152.99원으로 치솟았고 이 영향으로 한전은 지난해 32조 6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기요금 조정에도 지속되는 한전의 재무 상황 악화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동성 대응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급의 신뢰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탄소 중립 추진과 급변하는 국제 경제 질서에 따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력 산업 분야의 투자는 필수다. 동시에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역시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전기요금의 합리화가 필요하다.

전기요금 합리화에 앞서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산업구조로 변화하는 국가적 역량을 모아갈 시점이다. 상업과 가정 부문은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에너지 절약 붐을 일으켜야 한다.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 사용하기, 냉장고 50% 비우기, 발광다이오드(LED) 등 고효율 조명 사용하기 등의 실천 방법이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절약은 전력 시장에서 전력가격을 낮춰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다.

에너지 위기 장기화로 전기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력 수요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스마트한 전기요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의 전력시장은 현물시장(하루전시장)만 존재해 에너지 공급 위기 등의 변동성을 헤지할 수단이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 미래 변동성을 대비할 수 있는 전력 시장으로 개선해야 한다.

국가 경제와 에너지 안보 경쟁에 뒤처지지 않는 건강한 전력 산업을 위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에너지효율 향상과 절약의 실천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에너지 기술 강국의 초석을 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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