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조 3000억 원 상당의 가구 담합 의혹을 받는 한샘 등 주요 가구사 법인 8곳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2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담합 혐의를 받는 한샘·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가구·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가구업체 8곳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각 가구사 별 최고책임자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직원 2명은 약식기소했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건설사 24곳이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주방·일반가구 공사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 등을 합의해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과 건설 산업 기본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은 사전에 낙찰받을 순번을 합의하고 투찰 가격 및 견적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제비뽑기로 낙찰 순번이 돌아온 A사가 "42억 5000만 원에 들어간다"고 하면 나머지 회사들은 "그럼 저희는 43억 쓸게요"라고 답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런 식의 담합을 통해 통상적인 금액보다 약 5%가량 높은 수준으로 낙찰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체결된 총 계약 건수는 783건이며 낙찰 금액은 2조 326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가구 담합이 이뤄진 만큼 아파트 등의 공급단가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낙찰가격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높게 형성됨에 따라 건설업계도 분양가에 포함된 가구 가격을 높게 책정하게 되는 구조다.
아울러 이런 가구사 간 담합 관행은 실무진의 나태한 행태와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매 입찰마다 경쟁적으로 매달리기보다 실무진간 사전에 협의해 업무를 편의를 도모했으며, 사측 입장에서도 상당 수준의 이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제지할 유인이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카르텔 형벌감면제도(리니언시)를 통해 검찰이 최초로 직접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라며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어렵게 하는 빌트인 가구 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