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의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 디지털 헬스와 가치 기반 의료에 집중해야 합니다. 국가중앙병원과 4차 진료 중심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의 책무를 다하고 한국형 미래병원의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겠습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21일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지속 가능한 필수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중점 추진과제인 ‘디지털 헬스’를 접목함으로써 현재 의료계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원 의사들이 폐과를 선언할 정도로 극심한 운영난에 처한 소아청소년과를 정상 궤도로 올리기 위해 '미래 어린이병원 프로젝트'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병원장은 “소아청소년과의 의료공백이 심각한 만큼 미래 어린이병원 프로젝트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며 “어린이병원을 시작점으로 삼고 한 사람의 종적 데이터를 추적한다면 디지털 헬스 기반의 미래 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어린이병원은 신생아 대상 첨단 진단·치료방법을 개발하고 희귀질환 및 소아암의 진단·치료에 나서는 동시에 유전체, 전사체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오믹스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프로젝트다. 김 병원장은 데이터사이언스연구부, 임상유전체의학과 등 다양한 핵심 부서와 연계해 방대한 의료 데이터 축적이 이뤄지면 2027년 개원 예정인 배곧서울대병원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재택진료, 첨단 맞춤형 치료 등 디지털헬스 기반 미래의료 모형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국립소방병원과 국립교통재활병원을 시작으로 본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등 산하 의료기관에 점진적으로 적용하고 나아가 전국 공공병원 네크워크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미래 한국형 디지털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쿠웨이트 등 해외 국가로 수출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을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6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김 병원장은 고위험 폐이식과 폐암 임상, 유전체 연구 분야 권위자로 평가 받는다. 1988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6년부터 서울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대 서울대병원장에 임명되기 직전까지 서울대병원 폐암센터장을 맡았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출신인 만큼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필수의료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는 “필수의료 분야에 관심이 있는 젊은 의사들이 의료분쟁 등에 대한 부담으로 꿈을 포기해서야 되겠느냐”며 “서울대병원의 강점을 기반으로 필수의료진 확보 TFT를 구성해 인적 자원 관리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공임상교수 및 전공의 공동수련,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은 물론 공공의료 정책 시범사업에도 적극 참여해 의료정책을 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병원장은 산하 병원별 핵심 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병원 주도 바이오헬스케어 중심지를 기치로 삼고 2026년까지 지석영 의생명연구소를 7개층 증축해 교육연구, 벤처 기업을 입주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헬스케어 빅데이터 인프라 확충과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한다는 취지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의료 사각지대 지원에 집중한다. 또 올해 말까지 76병상 규모의 서울시 안심호흡기전문센터 착공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준공 목표시점은 2025년 말로 잡았다. 205년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과 2027년 개원할 배곧서울대병원, 기장암센터 등이 합류하면 의료 공공성, 지역 의료공백 해소에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