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위기설에 휩싸인 미국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강제 법정관리' 등의 정부 조치를 피하기 위해 자체 해결책을 모색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퍼스트리퍼블릭이 생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백악관은 필요하다면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때처럼 사태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퍼스트리퍼블릭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간 부문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퍼스트리퍼블릭 고문들 사이에서는 최근 며칠간 주가 급락이 이어진 뒤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논의에는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참여하고 있으며, 다른 대형 은행들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5일과 26일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각각 49.4%, 29.75% 급락했다. 24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 예금(1045억 달러)이 직전 분기 대비 41% 감소했다고 밝힌 데 따른 여파다.
주된 대안으로는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 자산의 일부를 시장가보다 비싸게 사들이는 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방안은 이미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 달러를 예치한 대형 은행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방안은 미국 행정부의 지지도 얻지 못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퍼스트리퍼블릭이 재산 매각 조치만으로 현재의 혼란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 금융당국이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구제금융을 꺼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백악관은 필요시 사태에 개입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SVB 사태 때) 우리는 은행 시스템을 빠르게 안정화하기 위해 중요한 도구들을 사용했고 필요하다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현재 SVB의 자산과 예금을 압류해 법정관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