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혹평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미국이 '핵 공유는 아니다'라고 단호히 선을 그은 데 대해 대통령실은 급기야 '용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워싱턴 선언'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고 성과로 꼽으면서 '핵 공유'에 대한 공통된 정의도 없이 논의했느냐"며 "단어 하나에 180도 달라지기도 하는 치열한 외교 현장에서 '용어에 집착하지 말라'는 주장이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정상회담 당일인 26일 워싱턴 현지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이번에 미국 핵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했다"며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이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하는데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28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핵공유 논란'이 이는 데 대해 “용어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워싱턴 선언'은 한미 양자 간 어떻게 외부 핵위협에 대응할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설계하는 선언이었기 때문에 그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며 "꼭 다른 기구(나토)와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토는 30여개국 합의를 통해 (협의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라며 "'워싱턴 선언'은 한미 양자 간 메시지를 통해 이뤄지는 시스템이어서 어떻게 보면 이쪽이 더 실효적, 실용적이라고 볼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 대변인은 "이 사태를 촉발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궤변이냐. 정신 승리하자는 말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억지"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국민의힘은 '핵 공유'란 표현을 미국이 엄밀하게 썼고 온도 차가 있는 것처럼 비칠 뿐이라며 양국 공감대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면서 "'최초의 핵 공유 선언문'(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사실상 핵 공유는 아니다'(미국 백악관)가 단순한 온도 차냐. 이 정도면 비교체험 극과 극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는 탓에 국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과 황당한 궤변은 그만두고 정직하고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의 회담 결과만 국민에게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강 대변인은 아울러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준수', '지적재산권 상호 존중' 등 미국의 요구가 그대로 담겼다"면서 "한국이 원전 수출 족쇄만 차게 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원전 수출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더니 오히려 족쇄만 찬 꼴이라면 허망한 일"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양국이 원전 협력에 의기투합했다고 홍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실을 향해 "대한민국이 이익을 본 것은 무엇인지, 자화자찬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