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글로컬 대학’을 선정해 학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놓으면서 고사 위기에 내몰린 지역 대학의 통폐합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이끌 지방 대학 30곳을 평가하는 기준에 ‘혁신성’이 100점 만점에 60점으로 절대적인 기준으로 부상하자 통폐합을 검토하는 대학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10개를 시작으로 내년 10개, 2025년 5개, 2026년 5개 등 4년간 30개 대학을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1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도는 올 3월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에 맞춰 안동대, 금오공대, 경북도립대에 통폐합을 위한 논의를 제안했다. 구체적인 통폐합 논의를 위해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각 대학 총장 간 면담이 진행됐고 기획처장급 실무진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금오공대가 구성원 반발 등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큰 틀에서는 통폐합에 공감하고 신속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급진전 가능성도 있다. 통폐합이 이뤄지면 금오공대는 공대, 안동대는 인문, 경북도립대는 평생교육 위주의 특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통폐합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대학 본부를 어디에 둘 것인지, 국가가 소유한 국립대 재산과 경북도가 소유한 도립대 재산을 어떻게 합칠지,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나눠진 교수 등 대학 구성원의 지위를 어떻게 조정할지 등이 대표적이다. 유사 학과 통합에 따른 학내 구성원 반발과 캠퍼스 축소에 대한 지역사회의 동의 등도 풀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학교법인이 달라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립대는 연합에 나서고 있다.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는 ‘연합대학’ 개교에 뜻을 모았다. 각 대학 총장과 기획처장 등은 ‘경북글로컬대학교’ 발족에 전격 합의했다.
경북글로컬대가 출범하면 각 대학의 특성화 분야 학과를 모아 신입생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공동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각 대학이 교원, 시설, 기자재 등 인적·물적 인프라를 공유하고 교육과정을 고도화해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지역에서 양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경북도의 한 관계자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단독 신청보다는 특성화된 혁신안을 제출하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청권에서도 국립대 2곳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진숙 충남대 총장이 최근 ‘글로컬대학 30 및 대학 통합 담화문’을 통해 대학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 대학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밝히면서 대전 한밭대와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충남대 대학평의원회는 최근 한밭대와의 통합 모델 마련을 위한 조직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한밭대 역시 통합 논의를 위한 조직안을 마련해 학무회의와 대학평의원회를 모두 거친 상태다. 지난해 기준 충남대와 한밭대의 학생 정원은 각각 1만 4514명, 7448명이다. 통합이 완료되면 전체 학생 정원 2만 2000명(정원 외 제외)에 육박하는 ‘매머드급’ 지역 대학이 탄생하게 된다.
부산에서는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고 경남에서는 지역 양대 국립대학인 진주 경상국립대와 창원대의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완수 경남지사가 최근 “정부가 대학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두 대학의 통합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