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의료계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4일 정부로 이송된 간호법 제정안은 이번 주 중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이 그대로 공포될지, 아니면 거부권 행사 후 폐기될지 갈림길에 놓였다. 여당 국민의힘과 정부는 1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이 자리에서 간호법 거부권 건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거부권 건의 여부에 대해) 현재까지 의사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의사 결정의 중요한 기준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국민의 안전이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보건을 담보로 한 집단 휴진이나 업무 거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마지막까지 중재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막판 극적 중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간호법의 운명이 어떻게 되든 보건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숙원이던 간호법의 공포를 요구하는 간호사단체와 간호법에 반대하며 저지하려는 의사·간호조무사, 그리고 응급구조사·임상병리사 등 소수 직역 단체들은 모두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8일부터 일주일간 회원들을 대상으로 단체행동 의견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지난 12일까지 중간집계 결과 7만5천239명이 조사에 참여해 그중 98.4%가 "적극적인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협회는 전했다. 간호협회는 앞서 "의사 집단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지만, 회원 조사에서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결의되면 "구체적인 행동방향을 정해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간호사들은 지난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열린 서울 광화문 집회에 경찰 추산 2만 명 넘게 참석하며 이미 세를 과시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도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온갖 특혜를 주는 '간호사특례법'"이라고 주장하며 간호법 저지를 위해 17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의료연대는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연가투쟁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펼쳤으며, 17일에는 투쟁 참여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