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주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항성)과 행성, 위성이 있습니다. 우리 지구가 속해 있는 우리은하에만 2000억~4000억개의 별이 있고, 또 우리은하 같은 은하는 우주에 수천억개가 있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우주에는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주망원경 등 관측장비가 발달하면서 실제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을 여러 곳 찾았습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찾아낸 ‘제2의 지구’와 같은 행성들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곳이 있는데 바로 ‘글리제 581’계입니다.
글리제 581은 지구에서 20.3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별입니다. 우리 태양계의 태양과 같은 항성이죠. 글리제 581 주변에도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은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습니다.
글리제 581의 표면온도는 섭씨 2900도. 우리 태양의 표면온도가 5700~6000도인 점을 감안하면 글리제 581은 그리 뜨겁지 않은 별입니다.
글리제 581은 1863년에 발견됐는데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별은 우주에서 흔한 항성이기 때문이었죠. 그러다 2007년 이 별은 천문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글리제 581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들이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 몇 곳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이 별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은 총 5개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중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행성들이 몇 곳 있습니다.
글리제 581계 골디락스 존에 행성들 다수 발견
이 행성들은 모두 ‘골디락스 존’에 포함돼 있습니다. 골디락스 존이란 모항성(태양)에서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위치에 있어 생명체가 살기 좋은 기후(온도)를 가진 곳, 즉 ‘생명체 거주 가능 지역’을 말합니다. 천문학자들이 ‘제2의 지구’를 찾을 때도 항성 주변의 골디락스 존 궤도에 행성이 포함돼 있는지를 먼저 살펴봅니다.
글리제 581을 공전하는 행성 중 ‘글리제 581e’라는 게 있습니다. 이 행성은 지구 질량의 1.7배 정도로 지구형 행성인데 모항성과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따라서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보다 16.4배나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있어요. 이로 인해 매우 뜨겁고 바싹 마른 환경이 조성돼 있으며 대기도 없어 생물체가 살기엔 부적합하다고 과학자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글리제 581e 다음에 위치한 ‘글리제 581b’. 이곳은 지구 질량의 15.8배로 해왕성과 유사합니다. 글리제 581b는 암석 행성이 아닌 가스 행성으로 추정돼 역시 생명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글리제 581c에 전파 쏘기도…40년 후 답신 받을까
글리제 581계의 세 번째 행성인 ‘글리제 581c’는 질량이 지구의 5.5배 입니다. 이 행성은 골디락스 존 안을 공전하고 있어 천문학자들은 여기에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에 2008년 영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베보(bebo)’는 회원들의 사진과 글들을 모아 우크라이나 엡파토리아에 있는 전파망원경 ‘RT-70’을 이용해 글리제 581c에 전파를 쏘았습니다. 지구에서 글리제 581계까지 20광년이니 빛과 속도가 같은 전파가 그곳에 도착하려면 20년이 걸리겠죠.
만약 이곳에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고 지구에서 보낸 전파를 해독하고 다시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파가 가는데 20년, 다시 오는데 20년, 지구에서는 전파를 보낸지 40년만인 2048년쯤 답신을 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이는 막연한 기대감일 뿐 실제 답신이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글리제 581c 다음에 위치한 ‘글리제 581g’ 역시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행성입니다. 질량이 지구의 2.2배인 글리제 581g는 두터운 대기층이 있고, 지구처럼 표면이 바다로 돼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죠. 또 이 행성의 중력도 지구와 유사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일부 과학자들은 글리제 581g에 생명체가 살지 못하거나 생명체가 있어도 지성을 갖출 정도로 진화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추측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행성이 모항성에 ‘조석고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조석고정이란 모체주위를 공전하는 천체가 공전과 같은 주기로 자전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공전하는 천체가 한쪽면만 바라보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하면 지구의 위성인 달을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는 달의 한쪽면 만을 볼 수 있고 반대쪽은 절대 볼 수 없습니다. 이는 달의 자전주기도 27.3일, 공전주기도 27.3일이기 때문입니다. 글리제 581g는 모항성에 한쪽면만 고정돼 있어 한 곳은 계속 뜨거운 낮이고 반대쪽은 계속 차가운 밤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일부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지구와 유사한 환경인 만큼 뜨거운 기온과 차가운 기온이 적절히 섞여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또 계속 낮인 곳과 계속 밤인 곳의 경계면은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일 것이라고 보고 있죠.
골디락스 존 가장 외곽에 있는 ‘글리제 581d’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행성입니다. 질량이 지구에 비해 7배인 글리제 581d는 특히 천문학자들이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 행성의 특이한 점은 공전궤도인데 일정기간은 골디락스 존 안에서 공전하고 또 일정기간은 그 밖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전하는 대부분의 기간이 골디락스 존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구 질량의 7배인 글리제 581d가 모항성으로부터 받는 빛의 양은 지구의 4분의 1 정도이지만, 지구보다 온실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평균 기온은 지구와 비슷합니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바다가 있고 비와 구름 등 지구와 비슷한 기상현상도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글리제 581f’는 얼음행성인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곳은 아직 존재 여부가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글리제 581f에 대해서는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요, 아직 학계에서 존재하는 행성으로 인정을 못 받았기 때문에 글리제 581계의 행성은 현재 5개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