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으로 주식을 산 뒤 돈을 갚지 못해 발생하는 위탁매매 미수금이 이달 들어 급증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지난달 신용거래에 제한을 두자 미수금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초단타 ‘외상 투자’가 급격히 불어나는 모습이다. 빚을 갚지 못한 반대매매 물량도 매일 500억 원어치씩 쏟아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1~18일) 일평균 위탁매매 미수금은 49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미수 거래를 한 후 만기(3거래일)까지 갚지 못한 금액이다. 미수금은 올 1월 하루 평균 1730억 원대에 머물다 2월(1879억 원)과 3월(2098억 원), 4월(2330억 원)에도 일부 늘었지만 이달 들어 연초 대비 3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미수 거래 주식은 3거래일 안에 상환하지 않으면 4거래일째 강제로 반대매매를 당한다. 증권사가 종목별로 정해둔 증거금률에 맞춰 납입해야 거래가 가능하다.
미수 거래가 단기에 급증한 배경에는 신용 융자 잔액(코스피·코스닥 합계)이 20조 원을 넘어서면서 자기자본 100%로 정해진 신용 융자 한도를 소진한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신용거래를 금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용공여 한도 소진 등을 이유로 지난달 21일부터 신용 융자 서비스를 중단했고 KB증권도 지난달 26일부터 신용 융자 매매 한도를 5억 원으로 제한하며 요건을 강화했다. 한투와 KB증권은 신용 잔액이 줄어들자 최근 신용거래 서비스를 재개했다.
개인들의 빚투가 몰린 2차전지 종목들에 조정이 찾아오면서 미수 거래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말 70만 원 선에 거래되던 에코프로(086520)가 50만 원대까지 떨어지자 낙폭을 단기에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미수 거래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미수금이 증가하면서 반대매매 역시 크게 늘어 개인투자자의 손실 우려는 커졌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3월 234억 원에서 4월 177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이달 들어 509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달 3일에는 통계 집계 이후 최대인 597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