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확보한 연구개발(R&D) 역량을 기업이 활용할 수 있어야 첨단 바이오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학계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해 기업이 제품화에 성공해야 산업이 활성화하며 생태계가 뿌리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우지 소퍼 알파타우메디컬 최고경영자(CEO)는 3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3’ 라운드테이블2 행사에서 “학계의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기술이 대학 테두리 안에만 머무르면 사회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의료기기 기업인 알파타우는 텔아비브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협력해 암 치료 기술을 개발 중이다.
소퍼 CEO는 “연구자가 대학을 벗어나 기업에서도 연구를 지속할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스라엘에서는 대학에 소속된 연구자가 일주일 중 며칠은 기업에서 근무하는 식으로 산학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글렌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는 소퍼 CEO를 비롯해 게릿 스톰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 마크 코언 칼 일리노이대 의대 학장, 데이비드 처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 은성호 보건복지부 첨단의료지원관,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회장, 김철홍 포스텍 교수, 배성철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김영철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 김준휘 LTIS 대표 등 보건·의료와 바이오 전문가 12명이 참석했다.
코언 학장은 “일리노이대는 의대 학생에게 공학을 기반으로 한 의술을 교육하고 있다”며 “심지어 학생의 30%는 입학 전 공학이나 통계학 등 다른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은 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학과 공학 기술을 자유자재로 융합할 수 있는 인재들이 ‘의사 혁신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흥미로운 방식”이라며 “한국의 KAIST도 엔지니어링 기반의 의대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스톰 교수도 “융합 연구는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학과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 회장은 “유럽연합(EU)과 비교해 한국에는 세부적인 규제가 훨씬 많다”고 했다. 배 교수도 “규제 당국이 새로운 기술을 검토할 때 많은 데이터를 요구해 어려움이 많지만 정부가 최근 임상 실험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결정한 점은 다행”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