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80㎝, 몸무게 72㎏, 골격근량 32.7㎏의 여성참가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나화린(37)씨가 권위 있는 체육대회 사이클 종목에 여성으로 출전한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의 신체 조건은 키 180㎝, 몸무게 72㎏, 골격근량 32.7㎏로 일생의 대부분을 건장한 남자로 살아왔다. 그러나 현재 그의 공식적 성별은 ‘여성’이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나씨는 강원도 철원에서 아스파라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고 36년을 기다려 독립할 기반을 마련한 뒤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도 2로 바꿨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던 나씨는 크고 작은 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한 실력있는 선수다. 특히 2012년 열린 제47회 강원도민체육대회에서는 사이클 남자 일반1부 1km 독주와 4km 개인추발 등 4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나화린 선수의 출전, 문제일까?
지난해 여성이 된 나씨는 이번 주말 양양에서 열리는 제58회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경기 3종목 여성 부문에 출사표를 던졌다.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도민체전에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았고 지난해에는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의 대회 출전은 체육계를 넘어 사회에 ‘공정’이란 화두의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3월 영국 트렌스젠더 사이클 선수 에밀리 브리지스(21)가 국제 사이클 연맹((UCI)으로부터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고 있던 브리지스는 다른 여자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사이클 외에 수영과 육상, 럭비, 역도 등 다양한 종목에서도 여성 트랜스젠더의 대회 출전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나씨 역시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현재 여성이지만 지난해까지 36년간 남성이었고, 남성의 몸으로 성장해 여성보다 더 큰 뼈대와 많은 근육량을 갖기 쉬운 조건에 노출됐다. 실제로 최근 측정 결과 그의 골격근량은 일반 여성 평균인 20∼22㎏보다 월등히 많은 32.7㎏이었다.
강원도체육회에 확인 결과 나씨가 대회에 참가하는 데 문제는 전혀 없다. 여성부 출전에 성별 외에는 아무 제약을 두지 않는 까닭이다.
"나는 논란이 되고 싶습니다."
나씨는 이번 대회로 ‘논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대회 출전의 목적은 ‘수상’이 아니었다.
나씨는 자신의 출전 자체가 논란이 될 것도,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리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연합뉴스에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나는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씨는 이번 대회로 '경기에서 체급을 나누는 것처럼 성소수자들을 제3의 성별로 구별해서 뛰게 하는 것이 왜 안 될까'라는 ‘화두’를 사회에 던지고 싶었던 것이다.
나씨가 이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전국체전을 향한 길도 더 넓어지게 된다. 강원도는 여성 사이클 선수층이 얇아 도민체전 수상자가 전국대회 출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확인 결과 전국체전 출전 규정 역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 외에 트랜스젠더에 관한 내용을 따로 두지 않아 그의 대회 출전을 뚜렷이 제한할 근거도 없다.
나씨는 "만약 나의 전국체전 출전이 누군가의 자리를 뺏는다면 깊이 고민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꺼이 그 무대를 밟겠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