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드라이버로 떴지만 퍼터 가장 아끼죠"

◆'초장타 센세이션' 방신실

더 잘될까 몸에 묶고 잔 적도

갑상샘 슬럼프 의지로 극복

드라이버로 300야드 '펑펑'

우승놓친 날도 감사일기 써

15일 한국女오픈 우승 도전





11일 강원 양양의 설해원에서 끝난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초장타 루키’ 방신실(19·KB금융그룹)의 ‘풀시드’ 데뷔전이었다. 지난해 얻은 시드가 반쪽짜리여서 참가 대회 수에 제한이 있던 그는 지난달 말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스스로 제한을 풀었다.



우승 뒤 밀려드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연습은커녕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나온 셀트리온 대회였다. 방신실은 컷 탈락 위기를 극복하고 마지막 3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인 6언더파를 몰아치는 뒷심을 발휘하며 순위를 공동 21위까지 끌어올렸다. 대회 전 외동딸의 충혈된 눈을 보며 한숨짓던 어머니 유지윤 씨는 “힘들어하다가도 첫 홀 시작하자마자 ‘경기 모드’로 돌변하는 걸 보니 새삼 신기하다”고 했다.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흥행 카드가 된 방신실은 15일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에서 열리는 한국여자오픈에서 센세이션을 이어가려 한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방신실은 부쩍 커진 관심에 대해 “없던 부담이 좀 생기기는 했지만 그것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올해 말에 ‘후회 없는 시즌이었다’는 느낌을 갖고 싶다. 그러기 위해 계속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



센세이션의 이유는 차원이 다른 장타다. 드라이버로 300야드 이상을 심심찮게 날리는 방신실은 “3번 우드로 240야드, 18도 유틸리티 클럽으로 230야드, 7번 아이언으로 165야드를 본다”고 했다. 겨울 훈련 동안 스윙 스피드 전문 코치한테 사사하며 거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유명해졌다. 방신실은 “무거운 것, 낭창거리는 것, ‘딸깍’ 소리 나는 것 등 스피드를 늘리는 도구 4개로 번갈아 훈련했다. 제자리에서 힙턴하는 동작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도구를 이용한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두 방신실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갑상샘 이상으로 슬럼프를 겪은 뒤 남다른 의지로 장타 완성에 매달린 결과다. 선배 박민지는 “키(173㎝)가 크다고 무조건 멀리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방신실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싶다”고 했다.

방신실은 아버지 방효남 씨 얘기를 꺼내며 자세를 낮췄다. “태권도를 오래 하시고 특공대 나온 아빠는 골프도 잘했어요. 270~280야드씩 나가고 스윙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요. 근데 쇼트게임 실력은 좀…(웃음).”

다섯 번째 출전 만에 초고속 우승한 방신실은 그전에 두 번이나 우승 경쟁을 했다. 막판 실수와 불운으로 우승을 놓쳤는데 그날 그는 ‘좋은 경험한 것에 감사’라고 노트에 썼다고 한다. 방신실은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늘 ‘감사 일기’를 쓰고 잔다. 그날 감사했던 상황, 감사했던 분들을 떠올리며 다섯 줄을 꼭 쓴다”고 했다. 패배의 경험에 오히려 감사를 돌렸던 방신실은 불과 2주 뒤에 우승의 경험을 선물로 받았다. 우승한 날 감사 일기에는 뭘 적었을까. 네 줄은 다 주변에 대한 감사였는데 그 가운데 특별한 이 한 줄이 있었다. ‘우승한 나에게 감사.’



우승 확정 뒤 수줍게 환호하는 방신실. 사진 제공=KLPGA우승 확정 뒤 수줍게 환호하는 방신실. 사진 제공=KLPGA


드라이버로 ‘빵’ 뜬 방신실이지만 가장 아끼는 클럽은 퍼터다. 그린 적중 때 퍼트 성공 부문 전체 4위일 만큼 퍼트도 잘하는 방신실은 “끌어안고 자면 더 잘될까 싶어 퍼터를 고무줄로 몸에 묶고 자기도 했다”며 “퍼트는 무엇보다 확신, 믿음이 중요한 것 같다. 믿음을 갖고 ‘들어갈 거야’ ‘들어간다’ ‘홀에 붙인다’ 주문을 걸면서 굴린다”고 했다.


양준호 기자 사진=성형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