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밀문서를 불법 반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연방법원에 출석해 자신에게 적용된 37건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수사를 ‘또 다른 대선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을 예고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후 3시부터 약 48분 동안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 참석했다. 기소인부 절차는 정식 재판에 앞서 법원이 피의자에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묻는 절차다. 전직 대통령이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인부 절차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은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팔짱을 낀 채 기소 사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시종일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법원에 도착하기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법원으로 가는 중. 마녀사냥!!!” “오늘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슬픈 날 중 하나’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법원 인근에서는 그의 지지층이 모여 “트럼프는 죄가 없다”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을 변호하는 토드 블란치 변호사는 “우리는 확실히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인 알리나 하바도 “(이번 기소는)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가 기밀 문건을 다른 장소에 숨긴 혐의를 받는 월트 나우타 보좌관 역시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미국 연방검찰은 재임 중 취득한 국가 기밀 문건을 퇴임 이후 마러라고 자택으로 불법 반출·보관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검찰은 총 37건의 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가 3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6건은 수사 대상 문건 은닉과 허위 진술 등 사법 방해 혐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소가 “정치적 박해이자 선거 개입이며 대선을 조작하고 훔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또 내년 대선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뒤를 쫓을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이라며 정치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신을 기소한 잭 스미스 검사는 “깡패” “광란의 미치광이” 등으로 불렀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의 기소를 놓고 공화당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거론하며 “평등한 정의라는 개념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사실이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식 재판이 열리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기간에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는 “여전히 많은 공화당 지지층이 트럼프를 선호한다는 여론조사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