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해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돼야 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대입 사교육을 대표하는 이른바 ‘일타강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부분 메가스터디 소속이고 그 중 일부는 자신의 부(富)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시해온 사람들이었다.
수능 수학영역 강사인 현우진씨는 지난 17일 인스타그램에 관련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애들만 불쌍하다”고 적었다. 현씨는 학원에서 받는 연봉만 200억원대로 알려졌다. 2017년엔 “소득세가 130억원”이었다고 직접 인증한 바 있다.
현씨는 “9월(모의평가)하고 수능은 어떻게 간다는 거냐”며 “지금 수능은 국수영탐 어떤 과목도 하나 만만치 않고,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바란다)”이라고 했다.
학생들에겐 “매번 말씀드리듯 6·9월(모의평가), 수능은 독립 시행이니 앞으로는 더 뭐가 어떻게 어떤 난이도로 출제될지 종잡을 수 없으니 모든 시나리오 다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EBS 꼭 챙겨서 풀어야 한다”며 “비판적인 사고는 중요하지만 적어도 시험에서는 모든 것이 나올 수 있다는 비(非) 비판적인 사고로 마음을 여시길”이라고 덧붙였다.
국어영역 강사 이원준씨는 지난 18일 “한국은 교육 면에서 비교적 평등하면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한 사회이고, 젊은이들이 무기력한 일본·영국이나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학력이 세습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공정함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며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했다.
이씨는 특히 윤 대통령 지시의 대표적인 대상으로 지목된 국어 비문학 영역에 대해 “수능 비문학은 비판적 사고력을 배양하려는 세계적 추세에 맞는 시험”이라며 “수능 비문학을 무력화하면 수능 국어 시험은 인공지능 시대에 고전 문학이나 중세국어 위주로 가게 되고, 한국 엘리트들은 국가 경쟁력을 잃고 뒤처지게 된다”고 했다.
역사 강사인 이다지씨도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게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개설되지 않는 과목도 있는데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메시지라…”라며 “9월 모의평가가 어떨지 수능이 어떨지 더욱더 미지수”라고 했다. 이씨 역시 과거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출연 등을 통해 자신의 수입차와 고급주택을 대중에게 보여준 바 있다.
사회문화 강사 윤성훈씨는 “’누구나 쉽게 맞출 수 있게’와 ‘공정한 변별’의 조화가 쉬운일이라면 여태 왜 안했겠냐”며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대통령의 즉흥발언으로 모두가 멘붕 상태다. 대통령의 발언은 신중하고 최종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윤씨는 또 “수능이 쉬웠던 때 어려웠던 때 언제 한 해라도 사교육비가 시원하게 줄어들었던 해가 있었는가, 뽑기로 입시를 치를 것이 아니라면 변별의 문제가 생기고 그 변별의 핵심이 교육과정 내외 어디에 있더라도 가난한 자에게 불리하지 않았던 이른바 공정한 입시를 치른 적이 있었냐는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여론은 대체로 냉담하다.
정부 정책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교육 중심의 비정상적 교육 풍토 속에서 매년 수십~수백억원을 벌어들여온 최대 수혜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정책을 비판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강사들의 유튜브 채널 등엔 “밥줄 끊길까봐 그러냐” “수능을 배운 거에서만 내라는 게 왜 잘못된 거냐” “솔직히 살면서 알 필요 전혀 없는 고난도 문제 한 두개라도 맞추려고 부모님 노후대책까지 포기하면서 학원 다녀야 하는 현실에 처한 아이들이 제일 불쌍한데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상당수 일타강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해온 점도 부정적 기류 형성에 영향을 줬다. “애들한테 번 돈으로 수입차 사고 호화주택에 살면서 그걸 자랑하는 게 교육자의 태도라 할 수 있느냐” 등의 비난도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