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금리 상승기에 개인 고객들이 많이 찾던 단기 예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장기 예금 수요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금리 하락이 이어지고 고금리 특판 상품이 줄어들면서 여윳돈을 단기로 굴리기보다는 장기 예금으로 전환해 향후 다가올 금리 인하기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최근 1년간 만기별 개인 정기예금 규모를 합산한 결과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해 11월 39조 5402억 원에서 올해 5월 약 22조 4473억 원으로 17조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6월 19조 471억 원에서 급격히 늘며 지난해 11월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수신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요가 줄고 있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 역시 지난해 6월 20조 9564억 원에서 12월 38조 7093억 원까지 증가한 후 계속 감소해 올해 5월에는 고점 대비 8조 원 이상 줄어든 30조 462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 정기예금 중 단기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의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꾸준히 확대돼 11월 15.54%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2월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올해 5월에는 8.37%를 기록하며 최근 1년간 가장 낮은 비중을 보였다.
단기 예금은 만기가 짧기 때문에 여윳돈을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고, 특히 금리 인상기에 높은 금리의 특판 상품이 출시될 경우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높아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특판 상품이 거의 사라지고 수신금리가 낮아지면서 매력도가 떨어진 모습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6개월 미만 정기예금에 대한 수신금리는 지난해 꾸준히 높아져 12월 3.88%를 기록한 후 하락해 올해 4월 3.31%까지 내려앉았다.
단기 예금에서 빠진 자금은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장기 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만기가 1년 이상인 개인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6월 139조 원에서 12월 188조 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 수신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늘어 올해 5월 215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이 전체 정기예금 중 약 70%대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3년 이상 정기예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6월 4조 6805억 원에서 올해 5월 6조 8640억 원으로 2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단기 예금 수요가 줄어든 데 비해 장기 예금 잔액이 늘어난 이유는 장기 예금의 수신금리가 단기 예금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3년 이상 4년 미만 정기예금 금리는 3.34%, 4년 이상 5년 미만은 3.42%로, 6개월 미만 정기 예금 금리 3.31%와 비교해 0.03~0.11%포인트 높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상당 기간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시그널이 나타나는 시장 상황에서 여윳돈이 있는 고객들은 단기 예금에 비해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장기 예금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