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성수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창업 지원 시설을 세우고 2030년까지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50개를 육성한다. 이를 위해 1조 6717억 원의 재원을 마련, 첨단 제조·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해 서울을 세계 5위의 창업 도시로 도약시킨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시청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 창업 정책 2030’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창업 정책은 서울의 내일을 준비하는 미래 먹거리 육성 전략”이라며 “훌륭한 청년 인재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창업에 도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우선 2030년까지 성수동 서울숲 주차장 부지에 10만 6000㎡ 규모의 ‘서울 유니콘 창업 허브’를 건립해 1000개 스타트업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파리 스타시옹 에프(3만 ㎡), 싱가포르 JTC 론치패드(6만 ㎡)의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초기 단계 스타트업부터 예비 유니콘까지 입주하고 전문성을 갖춘 민간 기관이나 기업들이 스타트업 선발·육성·투자를 책임진다. 서울시는 입주 기업을 위한 1000억 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해 직접 투자한다.
해외 창업 거점도 확대한다. 현재 베트남과 인도에 있는 해외 창업 거점을 올해 개소하는 스페인(10월), 싱가포르(11월)를 포함해 미주·유럽·중동 등 20곳으로 늘린다. 2024년부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 서울 기업 제품을 홍보하는 ‘서울관’을 순차적으로 조성한다.
패션·리빙 등 생활 밀착형 창업 친화적인 ‘창세권’도 구축된다. 기부채납 시설을 활용해 동교동·흑석동·아현동·신정동·장안동·한강로동·녹번동 총 7곳에 총 4만 6600㎡ 규모의 공유 오피스를 조성하는 등 단기형 창업 공간을 최대 700곳까지 공급한다.
로봇·핀테크·바이오·인공지능(AI) 등 4대 미래 산업 분야 스타트업 육성 전략도 마련했다. 2026년까지 2000억 원 규모의 로봇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수서 일대에 로봇 클러스터를 만들어 2030년까지 로봇 인재 1500명을 육성한다. 2030년까지 바이오펀드 1조 6000억 원을 조성하고 2028년 양재동 양곡도매시장 부지에 20만 ㎡ 규모의 ‘AI 서울 테크시티’를 만들어 AI 인재를 육성한다.
구로는 제조 창업 허브로 변신한다. 2027년 고척동 서울남부교도소 이적지에 1만 7652㎡ 규모의 ‘서울제조창업허브’를 구축해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 제조 스타트업을 키운다. 내년부터 6000억 원 규모의 첨단제조펀드를 조성해 기업당 최대 200억 원을 투자한다.
서울시가 대대적인 창업 지원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이후 창업 강국과 비교해 국내 유니콘 성장세가 뒤처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5년(2019~2023년)간 세계 주요국의 유니콘 비중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2.2%에서 1.2%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미국(48.6%→54.2%), 인도(4.5%→5.8%), 프랑스(1.1%→2.1%), 이스라엘(1.6%→2.0%) 등은 증가세를 보였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스타트업의 성장과 유니콘 증가를 위해서는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 원활한 투자가 필수”라며 “이를 위해 기업형벤처캐피털(CVC) 규제를 개선하고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