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초 삼성전자(005930)를 시작으로 2분기 어닝 시즌의 막이 오르는 가운데 재계 서열 3위인 현대차(005380)그룹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는 대기업집단으로 입지를 굳힐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그룹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은 8조 원을 넘어서며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투자 업계는 전기차를 필두로 자동차 산업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면서 ‘피크아웃’ 우려로 박스권에 갇힌 현대차 계열 주가가 재평가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22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현대차그룹 상장사 10곳의 연결 기준 합산 영업이익은 8조 392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7조 2025억 원) 대비 16.5% 증가한 것으로 현대차그룹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1분기(7조 9314억 원)보다도 5.8% 증가한 규모다. 코스피 상장사 204개 종목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24조 4891억 원으로 예상됐는데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이익이 34.2%를 차지했다.
현대차가 1분기부터 호황기를 맞은 완성차 시장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린 점이 현대차그룹의 독주를 이끌었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 6089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1분기(3조 5927억 원)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와 함께 1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2조 8740억 원)을 기록한 기아(000270) 역시 성장세를 지속해 2분기에도 2조 980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012330)도 62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수익 측면에서 코스피 상위권 진입이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고환율, 원가 절감, 수요 확대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이 극대화됐다고 분석했다. 우선 자동차 판매 대수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5월 글로벌 판매 대수는 지난해 5월 대비 9.4%, 올해 4월 대비 1.3% 늘어난 61만 3000대로 나타났다. 아울러 환율이 2분기에 상당 기간 달러당 1300원 중반대에 머물면서 매출에서 수출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업계는 2분기가 성수기라 통상 1분기보다 실적이 좋고 지난해 말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것이 2분기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면서 “고부가 제품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비중도 60%까지 확대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질주가 계속되는 반면 경기 둔화에 따라 업황이 최저점을 지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주력인 삼성·SK(034730)·LG(003550)그룹의 2분기 이익은 제자리거나 후퇴할 여지가 크다. 현대차에 추월당한 삼성그룹 13개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 합산치는 2조 69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저조한 반도체 실적으로 1777억 원에 그치고 삼성물산(028260)(6119억 원)과 삼성SDI(006400)(4678억 원) 등 주요 계열사도 수익성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 내 영업이익 추정치가 가장 큰 삼성물산조차 현대모비스에 못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LG그룹 역시 전방산업 둔화로 LG이노텍(011070)의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LG디스플레이(034220)가 여전히 수천 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2조 6790억 원) 대비 소폭 줄어든 2조 6639억 원으로 추산됐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영업이익(6992억 원)이 급증하고 LG전자(066570)가 20.6%의 성장세로 9559억 원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재계 서열 2위인 SK는 수조 원대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SK하이닉스(000660)의 영향으로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지주사인 SK의 영업이익은 8778억 원, SK텔레콤(017670)의 영업이익은 4899억 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402340)가 각각 3조 673억 원, 5008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전체의 이익을 갉아먹을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가 3분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정상화하면서 삼성그룹의 전반적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대차그룹 역시 고수익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최근 실적이 정점을 찍고 꺾이는 것 아니냐는 ‘피크아웃’ 우려에 현대차 주가가 20만 원 전후로 횡보세를 보이지만 향후 밸류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하반기에도 자동차 분야 수요 증가와 원가 하락 등 긍정적인 영업 환경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황 및 실적 ‘피크아웃’ 우려로 현대차 주가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지만 7월 출시될 아이오닉5N 등의 영향, 글로벌 자동차 업종 주가 반등에 따른 재평가 등을 고려하면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