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당 의원 전원에게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를 제출하고 향후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앞으로 동료 의원들에 대한 ‘방탄 국회’를 열지 않고 사법 리스크를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차원의 쇄신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행 여부를 놓고 당내 반발도 커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혁신위는 23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연 2차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이 밝혔다. 윤 대변인은 “불체포특권은 의원에게 보장된 헌법적 권리이나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내려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당내 조사를 통해 억울한 분이 없게 법률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당내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남희 대변인도 “불체포특권이라는 헌법적 권리에 대해 가타부타 따지기보다는 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떳떳하게 심판을 받겠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고, 이런 태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고 판단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쓰는 것보다는 오히려 특권을 내려놓고 사법부 심사나 재판 절차를 통해 사실을 밝히며 구체적인 책임을 묻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런 요구를 드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혁신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당내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놓고 줄곧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를 환영하며 ‘더 빨리 결정했었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적 비명계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빨리 결정했어야 했는데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혁신위의 이번 결정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체포동의안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일부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재 체포동의안 문제가 우리 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체포동의안을 가결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만하다”고 밝혔다.
반면 불체포특권이 헌법상 권리이고 당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대거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이 대표가 19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제적으로 선언했을 때도 이 같은 반대 의견들이 나왔다. 이날 회의에서도 헌법상 권리 포기를 모든 의원에게 강제하는 것이 법리상 맞느냐 등의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불체포특권은) 야당으로서는 권력 오남용에 대한 하나의 견제 수단인데 일괄적으로 이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기계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혁신위는 정식 명칭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김은경 혁신위원회’로 결정하고 앞으로 비공개로 주 2회 정례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강원도 강릉의 군부대를 찾아 병사들을 격려했다. 또 휴가 산정 시 휴일을 제외하는 등 군 복무 여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장병들에게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