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올해 한 끼당 1000원에서 내년에 2000원으로 확대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의 재정 부담을 줄여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 수를 최대한 늘리려는 데 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양질의 아침밥을 대학생에게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약 4000원인 한 끼 금액을 정부가 1000원, 학생이 1000원,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하는 구조다. 정부 지원 단가가 두 배로 증가하면 그만큼 대학이 부담하는 금액은 줄어든다. 재정 부담에 쉽사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던 대학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사업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사업 예산을 올해 23억 4000만 원에서 90억 원 이상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4배로 커지는 것이고 식수 인원도 올해 234만 명에서 500만 명 이상으로 많아진다.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7년과 비교하면 예산은 37배(2억 4000만 원→90억 원대), 식수 인원은 35배(14만 명→50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한다.
사업 취지 자체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의견은 적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청년의 아침 식사 결식률을 줄이는 동시에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시작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29세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53.0%로 30~49세(39.1%), 50~64세(17.9%)보다 현저히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대 대학생이 사업 대상이 된 또 다른 이유는 젊었을 때 아침밥을 먹는 습관을 들이면 쌀 소비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서”라고 말했다. 특히 외식 가격 상승률(전년 대비)이 9%까지 치솟는 등 지난해부터 고물가가 이어지자 청년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는 사업이라며 큰 호응을 얻었다.
문제는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한 도구로 무분별하게 이용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사업만 하더라도 규모가 7억 7800만 원에서 23억 4000만 원으로 세 배 늘었다. 정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고물가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었던 것은 맞다”며 “다만 올해의 경우 정치권의 큰 관심을 받게 돼 사업이 빠르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은 사업에 대한 관심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올 3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하는 대학을 직접 방문해 정부 지원 단가를 높이고 참여 학교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생의 건강관리와 급식 지원을 위해 예산 확보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문을 신설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실상 천원의 아침밥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의무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부가 내년 사업에 예산을 90억 원대로 편성하더라도 국회 심의 단계에서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재정학회장은 “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대학생에게 아침밥을 주는 것이 빈곤 노인들, 노숙자들에게 밥을 주는 것보다 시급한 우선순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최근 급격히 늘어난 20대 무당층을 잡기 위해 정치권이 사업에 달려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4월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20대는 1년 사이 27%에서 57%로 급증했다. 이어 “큰 관심에 비해 들어가는 예산도 적은 편”이라며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크게 생색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정책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러한 여파는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방 대학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이미 시작한 사업을 다시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입학 인원이 줄어들어 등록금 수입도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섬세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여러 식품 업체가 사업 취지에 공감해 식재료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며 “사정이 어려운 지방대학에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