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서 인공지능(AI) 전문가인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이 강연에 나선다. 비(非)게임 기업의 AI 전문가가 국내 게임 박람회의 연사로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게임 기업들이 앞다퉈 AI를 활용하려는 트렌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 업계에서도 AI에 대한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며 게임 제작 및 서비스 전반에 도입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하 센터장은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의 콘퍼런스 ‘지콘(G-CON)’에서 기조 강연할 예정이다. 초거대 AI가 게임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그는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중장기 AI 선행연구를 수행하고 글로벌 AI 연구 윤리 생태계를 확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임직원이 국내 최대 게임 축제에 연사로 참여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서비스 전반에 AI를 도입하려는 업계의 흐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AI에 대한 뜨거운 열기 때문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하 센터장을 섭외했다는 것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에서도 트렌드인 AI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하정우 센터장에게 주최 측에서 강연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게임사들은 앞다퉈 AI를 활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036570)가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는 AI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별도의 AI 조직을 만들어 연구를 시작한 뒤 2015년부터 AI랩 산하에 NLP팀을 구성하고 한국어 문장을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또 초거대 AI 모델도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개발 중인 AI를 게임 제작에 도입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안에 일선 개발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완성해 코드 작성, 아트 창작 등 게임 제작 전반에 생성형 AI를 이용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서비스에도 AI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23'에서 AI를 활용해 제작한 ‘디지털 휴먼(가상인간)’ 김택진 대표를 공개했다. 최근 국내 베타테스트를 마친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에도 AI를 도입했다. AI는 이용자가 올린 사진을 기반으로 캐릭터 외형을 만드는 기능을 선보였다.
크래프톤(259960)도 AI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크래프톤은 AI가 사람처럼 화면 속 정보를 인식하고 자연어로 대화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버추얼 게임 프렌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 크래프톤은 AI를 탑재한 게임 개발에 힘을 싣고자 독립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를 설립했다. 렐루게임즈는 홈페이지를 통해 "딥러닝이 융합된 혁신적인 게임 플레이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설립 취지를 밝혔다. 렐루게임즈는 AI 생성 로직 퍼즐 게임인 '푼다: AI 퍼즐(FOONDA: AI Puzzle)'을 올해 3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게임은 AI가 퍼즐 스테이지를 생성해 이용자에게 '초개인화'된 퍼즐 경험을 제공한다.
크래프톤은 게임 제작에도 AI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경쟁력 있는 AI 기반 기술로 신작 제작 기간을 단축하고, 예전에 없던 기능을 구현해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에 등극한 시프트업은 게임 AI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새롭게 꾸렸다. 신설 조직 'AI 랩스(Labs)'의 팀장으로 오픈AI 개발자 출신 김태훈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인게임 AI 기술의 고도화에 힘쓰겠다"며 “AI 분야를 선도하는 포스텍, 카이스트와도 지속적인 산학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넥슨은 2017년 설립한 인텔리전스랩스에서 개발 인력 600여 명이 AI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정해진 대본을 벗어나 NPC와 유저 간 소통하는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넷마블은 이용자의 플레이 성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전할 수 있는 AI 플레이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도 2020년 설립한 AI센터를 통해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기술에 AI를 접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 센터장이 게임 행사에 연사로 참여하는 일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업계에서 AI에 대한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기획이나 아트 등 제작 전반에 AI를 활용할 경우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AI를 서비스에 탑재하면 이용자에게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마크 위튼 유니티 부사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생성형 AI 기술은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가 5배, 10배, 100배 이상의 생산성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