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로 글로벌 성공 신화를 이룬 삼성전자(005930)가 인공지능(AI), 로봇,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에서 새로운 사업 분야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든 시장이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격전지에서 살아남았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 우위 선점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22일 진행한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미래 시장 선점 전략이었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인 첨단 미래 산업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AI·로봇과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전장이 핵심 분야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 열풍 속에 크게 확장된 AI 시장을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은 최근 임직원 소통 채널(위톡)에서 “AI 부품(반도체)뿐 아니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AI 생태계에서 삼성이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최근 AI·데이터 분야 경력 사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인재 영입’에 시동을 걸었다. 채용 인원의 상당수는 챗GPT와 대적할 자체 생성형 AI 구축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DS 부문 또한 제조 과정에 AI를 도입해 회로 설계와 수율 관리, 계측 등에 활용하기로 하고 관련 인재 확보와 기술 고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DS 부문은 연내 GPT 3.5 수준 이상의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도입을 목표로 개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로봇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투자 속에 상용화 임박 단계에 들어섰다. 삼성전자 DX 부문은 보행 보조 로봇 ‘EX1’을 연내 출시하기 위해 막바지 제품 검증 과정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선행 연구 조직인 삼성리서치에서는 삼성 로봇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3월 “로봇을 또 하나의 성장 동력으로 가져갈 것이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로봇 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 데 이어 미국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로봇 전문가인 권정현 상무를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개발 역량 확보에 뛰어든 상태다. 올해 들어서는 두 번에 걸쳐 로봇 전문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사들였다.
핵심 성장 사업 중 하나인 전장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삼성전자의 전장 자회사인 하만은 지난해 영업이익 880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가 큰 데다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전장에서 사업 규모를 확대해 나가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