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향후 10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드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적에 경고등이 켜진 카드사들은 “결제 수수료 수익만으로는 마진을 기대할 수 없다”고 호소하면서 해외로 눈길을 돌리거나 카드론 등 비결제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여신금융협회 ‘지급결제 서비스 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여신금융연구소는 연간 간편결제 이용액이 2022년 267조 4000억 원에서 2032년에는 1173조 4000억 원으로 4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연간 개인카드 이용액은 매년 1~2%대 성장에 그치면서 10년간 896조 5000억 원에서 1095조 6000억 원으로 1.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32년에는 간편결제 이용액이 카드 이용액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분석은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전망치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제시됐을 뿐만 아니라 경쟁 관계인 카드 업계에서 추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애플페이 등 ‘○○페이’의 가파른 성장세가 카드사들에는 ‘실체 있는 위기’로 인식된 셈이다. 현재는 카드 이용액 대비 한 자릿수에 불과한 선불충전 이용액 비중도 2025년에는 1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주요 간편결제사들은 최근 몇 년 새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약 27조 원에 불과하던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2021년 약 38조 원, 지난해 약 49조 원으로 급증했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연간 네이버페이 이용액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카드사들의 실적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사 8곳(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2조 60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다. 카드 업계의 연간 순이익이 감소한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8개 카드사의 1분기 순이익 역시 지난해 약 8089억 원에서 올해 5866억 원으로 27.5% 줄었다.
카드사들은 본 사업인 카드수수료 부문에서는 수익성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용카드사들 간편결제사들과 달리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영세, 중·소상공인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현재 전체 가맹점 약 310만 곳 중 96%에 달하는 298만 곳에 원가 이하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합리적인 카드수수료 적용’을 요구하는 한편 비결제 사업 부문을 강화하며 활로를 찾아 나선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법인을 강화하는 데 이어 대출을 늘리는 식이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카드사 8곳의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잔액은 각각 6조 3500억 원, 32조 99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현금서비스는 1.4%, 카드론은 2.7% 증가했다.
다만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조달 비용이 늘고 대출이 늘수록 카드사들의 연체율 등 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은 3분기 중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관련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해 2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을 위한 TF’를 발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