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이 지난해 폴란드 등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과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도 노크한다. 70년 이상 남북 대치 상황으로 방산 연구개발(R&D)가 한 번도 멈춘적이 없고 공장의 생산라인을 중단한 사례가 거의 없다. 1·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 끝나고 군 예산 감축 등으로 경쟁력이 하락한 전통의 유럽 방산 기업들과 달리 한국 방산 기업들은 이른바 '가성비'를 무기로 뛰어난 품질과 경제성으로 해외 군 당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분쟁으로 각국의 방산 예산이 늘어나고 무기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맞춰줄 공급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 해군에 함정을 공급하는 북미 주요 조선소들은 인력 부족과 함정 소요 감소에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 등 역사적인 조선소들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문을 닫기 시작했다. 미 해군은 함정 퇴역 숫자가 신규 함정보다 많다. 현재 독일에서 레오파르드2 전차를 50대를 주문하는 인도까지 5년 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의 K2전차는 3년 간 180대를 공급하고 최근 3개월 빨리 폴란드에 조기납품을 해 현지 군 당국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047810)(KAI)의 FA-50도 올해 안으로 12대가 즉시 인도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 방산 수출액은 173억 달러였다. 올해 정부는 200억 달러로 목표치를 높여 잡았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핵심 동맹인 파이브아이즈의 군 소요가 시작되고 있다. 캐나다 군당국은 최대 12척 잠수함을 도입하는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잠수함 뿐 아니라 전 수명 주기 비용까지 합하면 8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에서는 한화오션(042660)이 입찰을 준비하며 일본 조선소들과 경쟁을 할 전망이다. 호주의 새로운 국방전략에 따른 랜드 400 3단계 프로젝트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신형 장갑차 레드백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미국 공군은 내년 고등전술훈련기 교체사업(ATT)을 시작하는데 한국항공우주(KAI)도 이 사업에 참여한다. 미 해군과 공군 총 500여 대를 도입하는 사업으로 후속사업까지 포함하면 10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방산 수출은 특성상 무기체계를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운영유지까지 30년 안팎으로 사용해야 한다. 방산 수출 특성인 '락인(Lock-in)' 효과가 있어 중장기적인 수익이 창출되고 일자리도 마련된다. 또 한 국가에 수출하면 이 국가를 무기수출 거점으로 권역 내 인접 국가에 수출을 확대할 수도 있다. 예컨대 폴란드에 수출을 하면 인접 국가들은 무기 체계 운용 효율성을 고려해 비슷한 방산 제품을 쓸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 방산의 경우 최근 유럽의 폴란드와 핀란드, 아프리카의 이집트, 중남미의 콜람비아 등 15개국 이상의 방산 수출 거점을 확보하며 수출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품질과 다른 경쟁국을 압도하는 정시 납기를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가졌다”며 “방산 수출이 외교적인 면이 크게 작용하다 보니 이 부분만 해결되면 한국 방산이 세계로 도약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