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실구매가 1270만원"…中 전기화물차 공세 본격화

지리차 1톤급 전기밴 '쎄아' 출시

지자체 보조금 최대 2710만원

비야디·둥펑차도 가성비로 어필

중국버스 국내 점유율 40% 상회

"화물차시장도 잠식 가능성 높아"

중국 지리자동차가 생산하는 전기 밴 ‘쎄아’. 모빌리티네트웍스 홈페이지 캡처중국 지리자동차가 생산하는 전기 밴 ‘쎄아’. 모빌리티네트웍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최대 민영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그룹이 2000만 원 상당의 구매 보조금을 앞세워 국내에서 전기차 공세에 나섰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전기버스에 이어 전기화물차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전기화물차 판매가 대비 보조금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만큼 막대한 보조금 정책이 결국 중국이 입지를 확대하는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리차가 생산하는 1톤급 전기밴 ‘쎄아(SE-A2)’는 이달 국내에서 공식 출시됐다. 국내 부품사인 명신이 모빌리티네트웍스라는 자회사를 세워 수입 총판을 맡았다. 2인승 전기 밴인 쎄아는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1회 충전으로 최대 184㎞ 주행이 가능하다. 지리차는 쎄아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중 전기 픽업트럭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지리차가 보조금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노리고 승용차 대신 상용차 시장을 공략했다고 보고 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쎄아 구매자는 국고 보조금으로 1200만원을 받는다. 최대 680만원이 지원되는 승용 전기차의 두 배 수준에 달하는 셈이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까지 합치면 200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쎄아도 이를 부각해 소비자에 구애하고 있다. 모빌리티네트웍스 공식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는 경남 거창군에서 1270만 원에 쎄아를 구매할 수 있다는 안내가 올라와 있다. 공식 판매가는 3980만 원이지만 국내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보조금을 주는 거창군에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2710만 원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보조금 최대치 1960만 원을 적용해 202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게 모빌리티네트웍스 측 설명이다.

중국 BYD의 전기트럭 'T4K'. 사진제공=GS글로벌중국 BYD의 전기트럭 'T4K'. 사진제공=GS글로벌



중국의 전기차 공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 또한 승용차보다 상용차를 먼저 한국에 선보였다. 일찍이 전기버스를 공급했고 올해 전기트럭 ‘T4K’의 판매를 시작했다. 둥펑자동차그룹도 지난해부터 전기밴 ‘마사다’를 한국에서 팔고 있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 공략에 성공한 중국 업체들이 전기화물차로 판매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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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절반에 육박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전기버스 점유율(신규등록 기준)은 42.9%로 사상 첫 40%대로 올라섰다. 현대차(005380)가 1위를 기록했지만 2~5위는 하이거버스, CHTC, BYD, 중국중차 등 중국 브랜드 일색이었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가격과 성능 모두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한국산 전기버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화물차 시장에선 현대차 포터나 기아(000270) 봉고의 아성이 굳건하지만 중국이 전기버스처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한국 전기화물차가 내구성이나 실내 공간 활용성이 더욱 뛰어나지만 중국산 제품은 가성비가 좋다”면서 “더욱이 화물차는 보조금도 많이 받기 때문에 가격을 중시하는 소상공인 등 소비자가 중국산을 택하면서 전기화물차 시장도 중국에 점차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브랜드는 향후 승용차 시장까지 진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리차는 지난해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34%를 인수했으며 르노코리아는 지리차와의 협업을 통해 하이브리드 신차를 내년 선보이기로 했다. BYD 또한 전기 승용차를 국내 출시하기 위해 딜러 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승용차는 가격보다 상품성이 중요한 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산을 구매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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