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하나를 만드는 데 76킬로그램(k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조만간 국내 기업도 생산품의 탄소 배출량을 공시하게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김병삼(사진) 딜로이트안진 회계감사본부 파트너는 서울 여의도 IFC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따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맞닥뜨릴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파트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해당하는 품목과 유사 제도를 도입하는 국가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수출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 배출량 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사업장 단위의 탄소 배출을 통제하는 것에는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CBAM 시행 이후에는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 지에 대해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자국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수소 등 6개 품목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오는 10월 1일부터 2025년 말까지 시범 적용되고 2026년에는 실제로 비용이 부과될 예정이다. 사실상 EU 수출 기업들에게는 CBAM이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 파트너는 CBAM 적용을 받는 수출 품목이 플라스틱과 유기화학제품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플라스틱과 유기화학제품의 경우 EU에서 시범 서비스기간부터 적용할 것을 검토하다가 빠진 업종인데, 사실상 실제 제도 적용 시점에는 이러한 업종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 적용 품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파트너는 특히 국내 철강 제품의 EU 수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나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철강 업체들의 경우 EU 기업들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고로(용광로) 기반 생산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고로의 경우 석탄을 연소하는 과정을 통해 쇳물을 만들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기업으로부터 철강을 받아 부품 등을 만드는 중소형 제조 업체들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CBAM과 유사한 제도가 EU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에서 생겨날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파트너는 "탄소배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언제든 EU를 넘어 미국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BAM은 하나의 제도일뿐" 이라며 "넓은 의미에서 친환경 생산 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탄소배출을 지속적으로 감소하려는 노력을 해나가면 CBAM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했다. 김 파트너는 "정부가 글로벌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기업의 생존 관점에서 추가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며 "중소기업들에 대한 제품 배출량 산정과 신고를 위한 지원과 더불어 (배출량 산정 방식에 대한) 상호 인정, 이중 규제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