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중국’ 이후 애플 등 빅테크에 이어 주요 협력 업체까지 인도로 향하면서 인도 전역에 투자의 밀물이 들이닥치고 있다. 기존 생산기지 역할을 하던 중국의 지정학적 문제가 부각되면서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에 따른 대체지로 인도를 주목하는 흐름에 가속이 붙은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7월 31일(현지 시간)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이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에 생산기지를 두 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투자 규모를 12억 달러(약 1조 5300억 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폭스콘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추가로 짓는 생산 시설 중 하나 이상에서는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의 주요 매체인 인디아타임스는 “2025년까지 테크 기업의 대(對)인도 투자 규모가 143억 달러(약 18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지난 3년과 비교했을 때 300%의 성장률”이라고 보도했다. 폭스콘은 이미 카르나타카주의 중심지인 벵갈루루 공항 근처에 부지 300에이커(1.21㎢)를 확보해 아이폰 생산기지 건설에 착수한 바 있다. 7억 달러(약 9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며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추가 생산 시설은 벵갈루루 지역 바깥이 될 가능성도 높다. 애플의 또 다른 협력사인 대만 페가트론은 지난해 9월 남부 첸나이에 1억 5000만 달러를 들여 공장을 세운 데 이어 두 번째 기지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벵갈루루에 향후 5년간 4억 달러를 들여 대규모 디자인센터를 건립해 3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 테슬라 역시 기가팩토리 건설을 염두에 두고 인도의 의향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인도행은 애플 등 주요 기업의 ‘메이드 인 인디아’ 행보와 관련돼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의 디리스킹(위험 경감) 압력이 거세진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공급망 리스크가 커져 생산 중단 등 문제를 겪자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인도라는 선택지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정학적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는 중국의 위험을 분산할 백업 지대를 찾던 중 인도 정부가 앞장서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에 동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의 일환으로 10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인센티브 기금을 마련하고 “모든 반도체 공장 설립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주 정부들도 나서 최대 20%를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보기술(IT) 강국인 만큼 숙련되고 저렴한 노동력도 당장 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인력을 투입해야 할 업체들에는 매력적인 요소다. 모디 총리는 최근 열린 ‘세미콘인디아 2023’에 참석해 “인도의 강점은 숙련된 엔지니어가 많다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활기 넘치는 인도 시장에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브하셰크 굽타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 나라는 젊으며 영어 구사력과 노동인구 증가가 이미 메이드 인 인디아 기조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산기지뿐 아니라 시장으로서도 인도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인도 시장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올해 4월 애플은 인도에 처음으로 애플스토어를 열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인도 시장은 향후 5년간 애플 매출 성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5년간 인도의 비중이 2%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극적인 변화다. 모건스탠리 측은 “향후 10년간 매출 성장이 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본다면 인도 시장은 애플이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을 내놓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