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아시아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0원 넘게 올라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를 자극하고 시장 불안감을 높여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자 전날 연고점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당분간 신흥국 통화를 중심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져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가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일 50.6포인트(1.9%) 내린 2616.47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코스피는 2668.21까지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갈아치웠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코스닥도 에코프로(086520) 등 2차전지주들이 급락하면서 3.2% 떨어진 909.76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840억 원어치를, 코스닥에서는 3268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장 마감 직전 현물 시장에서 매도 폭을 줄였지만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2조 3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방 압력을 극대화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7원 오른 1298.5원에 마감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일본·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유탄을 피하지 못했다. 닛케이225지수가 전날보다 2.3% 내린 3만 2707.69에 거래를 마쳤고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한때 2.53%나 떨어졌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 이상 하락세를 기록했다. 대만 자취엔지수 역시 1.85%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금융투자 업계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당분간 신흥국 통화의 약세를 부추기면서 시장 불안에 따른 위험자산 축소 성향에 힘을 실어 코스피 등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미 간 금리 역전, 중국 경기 부진 등으로 가뜩이나 하방 압력을 받아온 원화 가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 약세와 연동돼 지난달 18일(1260.4원) 저점 이후 한동안 보합세를 보이다 이달 1~2일 이틀 만에 23.9원이나 올랐다.
김정윤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는 최근 아시아 등 신흥국 증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외국인에 단기 차익 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당분간 신흥국 환율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어 지수의 하향 조정 압력은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