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의 무대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카르멘’이 올라 격정적인 사랑을 그려낸다. 다음달 서울시오페라단과 서울시극단이 각자의 색깔을 담아 이색적인 ‘카르멘’ 무대를 꾸며낼 예정이다.
‘카르멘’은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을 기반으로 1875년 초연된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푸치니의 ‘라 보엠’과 함께 세계 3대 오페라로 손꼽히기도 한다. 19세기 스페인 세비야의 담배 공장을 배경으로 배경으로 군인인 돈 호세가 매혹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는 줄거리를 담았다. 정열적이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카르멘은 ‘팜므 파탈’의 전형으로 분류되며 새로운 인물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제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노래로는 아리아 ‘하바네라’와 ‘투우사의 노래’가 손꼽힌다.
이런 ‘카르멘’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극단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다음달 8일부터 10월 1일까지 ‘카르멘’을 시(時)극으로 선보인다. 고선웅 단장의 연출과 각색을 거쳐 내면의 자유로움을 좇는 카르멘의 주체성을 부각한다. 동시에 그를 소유하려는 돈 호세의 왜곡된 광기와 집착을 담았다. 연극 ‘진짜나쁜소녀’ 등에 출연한 배우 서지우가 카르멘을 맡고, ‘리차드 3세’ ‘햄릿’의 김병희가 돈 호세를 맡아 무대에 오른다. 고선웅 단장은 “오페라의 미덕도 지키고 소설 원작의 줄거리도 거스르지 않고 싶었다”며 격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예고했다.
오페라 ‘카르멘’도 서울시오페라단의 공연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진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야외 축제 ‘세종썸머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하며 다음달 8~9일 열린다. 원 작품은 3시간에 달하는 공연이지만 야외 공연에 맞춰 70분으로 공연 시간을 압축했다.
서커스처럼 불을 이용한 퍼포먼스와 에어리얼 실크(천에 매달려 하는 공중 곡예) 등 시각적 요소가 강렬한 인상을 선사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참여도 이뤄진다. 세종문화회관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성악 무대를 위해 합창·무용 분야에서 120여 명의 시민예술단을 모집한 바 있다.
전문 성악가로는 메조소프라노 송윤진과 백재은이 카르멘을, 테너 정의근과 이승묵이 돈 호세를 맡았다. 최승한이 지휘를 맡고 오페라 전문 연출가인 장재호가 연출을 담당한다. 최근 세종썸머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오페라의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인식을 깨고 오페라야말로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다채로운 공연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