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美 백악관 OSTP 벤치마킹…혁신위에 예산·정책 총괄기능 줘야

[K바이오 미래 컨트롤타워에 달렸다]

<하> 부처 칸막이부터 허물어라

총리 아닌 대통령 직속기구 격상

범부처 차원서 중장기 전략 수립

기재부 협조 통해 예산권도 확보

임상~상품화까지 효율적 지원을

사진 제공=이미지 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 투데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 5월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첨단바이오를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 2023'에서 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 5월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첨단바이오를 주제로 열린 '서울포럼 2023'에서 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 정책부서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산업 정책부서를 조정하는 기구가 없는 상태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 연구, 보건복지부의 임상 연구, 산업부의 제품화 지원 사업이 연계성 없이 분절적·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설치가 필요합니다.”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측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는 규제·산업 정책의 조화, 기초 연구에서 제품 개발로의 연계가 산업 육성의 핵심 열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연구개발(R&D), 정책금융, 세제 지원, 규제 법령 개선, 인력양성, 기술거래소 설치, 글로벌 진출 등을 총괄하는 정책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혁신위가 수십 년간 쌓아온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제 역할을 다하려면 기획 통제권과 예산 배분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 통제권 확보를 위해서는 국무총리 직속 기구에서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 예산 배분권 보장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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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는 미국의 기구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과 국립보건원(NIH)이다. 1976년 설치된 OSTP는 생물공학육성법에 근거해 범부처 차원의 종합조정 기능을 갖고 관련 R&D를 지원한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정부 차원에서 민간 기업의 백신 개발 지원을 주도했고 2020년에는 진단·백신·치료제 R&D, 감염병 모델링·예측·전망, 바이오의약품 및 생명공학, 바이오경제 등을 정부 R&D 예산 배분 시 고려해야 할 5대 우선 분야로 제시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직후 OSTP에 내각 수준의 위상을 부여하고 수장의 지위를 실장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반면 우리나라 대통령비서실은 경제수석 아래 과학기술비서관과 사회수석 산하 보건복지비서관을 두고 있지만 어느 쪽도 OSTP처럼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무총리 직속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를 앞으로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부처 간 칸막이를 무너뜨리고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려면 대통령의 전권을 위임받은 기구가 필요한데 현재 대통령비서실에 그런 조직이 없으니 혁신위가 담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혁신위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예산권을 직접 갖거나 산하 집행 기구를 통해 예산을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부처 간 높은 칸막이를 허물고 조직 이기주의를 극복하며 바이오 정책을 기획하는 힘 있는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예산권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대통령 및 총리 직속 위원회를 줄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게 부담스럽다면 ‘10년 뒤 해체’ 등의 조건을 붙이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바이오 강국인 미국과 싱가포르 등의 컨트롤타워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은 모두 제약·바이오, 보건의료 관련 예산을 관장하며 산업 육성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가 기초 연구, 중개임상, 제품화 연구를 전 주기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영국은 의료연구전략조정국(OSCHR)을 설치해 보건부의 국립보건연구원(NIHR)과 산업혁신기술부(BIS)의 의료연구회(MRC) R&D 예산을 조정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힘은 결국 R&D에서 나온다”며 “후보 물질 발굴, 임상시험, 상품화 등 전 주기 R&D를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컨트롤타워가 관련 부처가 한곳을 향해 뛰어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면 자연스럽게 성장책과 규제책도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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