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폐업 속출…2분기 펀딩자금 50% 급감

■특파원 산책

펀딩 유입자금 100억弗에 그쳐

VC, 성장성 보다 수익성 무게

팬서·플라스티크 등 사업 정리

2021년 호황기 투자 받은 기업

올 하반기 줄줄이 자금고갈 전망

4월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그라인드 행사에서 창업자들이 투자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4월 미국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그라인드 행사에서 창업자들이 투자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사방에 자본이 넘쳐 나지만 스타트업 투자로는 흐르지 않습니다. 투자 유치를 모색하는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친화적이지 않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창업자)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내 스타트업 펀딩이 50%가량 줄어든 100억 달러에 그치면서 자금이 바닥난 스타트업들이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펀딩 생태계가 마지막으로 호황이었던 2021년 하반기에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이 올 하반기부터 줄줄이 자금 고갈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적으로 스타트업 펀딩은 2년가량의 런웨이(생존 가능 기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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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쓰러진 것은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 직후 펀딩을 진행하던 스타트업들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6월 결제 서비스 스타트업인 팬서가 폐업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2000만 달러(약 270억 원)의 투자금을 모집하기로 약속됐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하자 투자자들이 이탈했다. 맷 리들러 팬서 창업자는 사업 모델을 변경하고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현금 소진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후 투자가 줄줄이 불발되면서 결국 사업을 접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무너지면서 스타트업 대출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한 달 앞선 5월 또 다른 결제 스타트업인 플라스티크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인수합병(M&A)이 물거품이 되면서 파산 신청을 했다.

다음으로 줄폐업 가능성이 커지는 곳은 직전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지 2년이 돼가는 곳들이다. 대부분 ‘생존 모드’로 돌입해 비용을 줄이며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후속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몇 달간의 생존도 불투명하다. 제니 필딩 에브리웨어벤처스 대표는 “앞으로 12개월 내에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호황기에는 사업이 지속되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이 성장성보다 수익성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초기 단계 스타트업까지 투자의 수익성을 중요한 잣대로 평가하는 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실리콘밸리 굴지의 VC인 NEA(New Enterprise Asoociates)의 스콧 샌델 최고경영자(CEO)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의 게임 주제가 ‘최대한 빨리 성장하라’에서 ‘가진 돈의 한도에서 효과적으로 성장하라’로 바뀌었다”며 “이전에는 수익 없이 성장하는 것으로 창업자들이 페널티를 받지 않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짚었다.

그러다 보니 사업 모델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결합해 피벗을 시도하는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는 “이제 투자자들도 당장 매출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AI를 결합해 B2B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며 “일단 생존을 위해 사업 방향을 피벗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글·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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