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기업을 겨냥해 2018년부터 시행한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고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보고서에서 밝혔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앞세우며 한국을 대상으로 ‘핀셋 규제’에 나섰지만 한국 기업들이 높은 기술력과 현지화로 극복했다는 점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한국 세탁기의 이 같은 성공 사례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맞서 현지화와 첨단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도체와 전기자동차·배터리 기업에도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 시간) 미 관가에 따르면 ITC는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에 보낸 ‘대용량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보고서에서 “세이프가드로 미국 내 세탁기 생산 및 미국 산업의 점유율이 늘었지만 이는 신규 미국 생산자인 삼성과 LG가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ITC는 이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 진입한 삼성과 LG의 세탁기 생산량은 매년 증가한 반면 이 기간 미국 기업인 월풀·제너럴일렉트릭(GE) 등의 생산량은 불규칙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꺼내든 세이프가드 카드가 오히려 한국 세탁기의 입지를 높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 삼성의 미국 세탁기 점유율은 20.1%에서 23.2%로 높아졌고 LG전자는 16.8%에서 20.0%로 확대됐다. 반면 월풀은 34.3%에서 31.7%로 축소됐다.
한미 간 ‘세탁기 전쟁’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월풀 등 자국 기업의 요청으로 한국산 대용량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승인하며 불이 붙었다. 세이프가드는 해외에서 생산된 뒤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미 대통령이 재량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입 규제 조치다. 미국은 총 5년 간의 시행 이후 지난 2월 세이프가드 조치를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