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을 향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오랫동안 끌어온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민주당 내부 갈등은 이미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된 ‘줄소환’도 예고돼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당내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17일 오전 10시 25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 사거리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이 대표는 약 10분간 A4 용지 2쪽 분량의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저를 희생 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이라며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 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단 한 푼의 사익을 취한 바가 없다”며 “티끌만 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10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 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돼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이 예의 주시하는 부분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백현동 개발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부지의 ‘4단계 상향’ 용도 변경 허가 △민간임대 축소, 일반분양 확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등 특혜를 민간업자에게 제공하는 데 동의·관여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달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5쪽 분량의 검찰 진술서 요약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부의 요구였다’ ‘실무 부서의 감정 결과에 따른 건의를 수용했다’ ‘성남도개공을 개발 사업에 참여시킬 의무가 없다’며 혐의를 정면 반박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날 소환 조사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으로 이 대표를 재차 불러 조사하고 그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해당 의혹으로 22일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 전 부지사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으며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혐의와 관련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달 중이 아니라 9월 초께 청구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가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검찰을 겨냥해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 꼼수를 포기하라”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하겠다”고 한 것도 9월 구속영장 청구설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달 임시국회 기간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여당과 합의해 이른바 ‘회기 쪼개기’를 통해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이 대표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받게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장이 9월에 청구되면 국회로서는 체포동의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쳐야 한다.
체포동의안 표결은 계파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작용됐던 만큼 민주당은 영장 청구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이른바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체포동의안에 대한 반대 표가 대거 발생하면 ‘비명(비이재명)계’의 거센 반발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체포특권 포기’ ‘대의원제 폐지’ 등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을 놓고도 계파 갈등이 재점화된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면 내부 충돌이 불가피하다.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혁신안에 대한 논의 도중 비명계 의원 사이에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소영 원내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질책이 있기 때문에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28일 워크숍에서 의원들이 (혁신안과 관련한) 의견을 더 피력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