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가운데 현지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순자산이 고작 한 달 동안 4000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중국 성장주 ETF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탈(脫)중국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중국에 투자하는 38개 국내 ETF의 순자산은 7월 21일 4조 9099억 원에서 22일 4조 5023억 원으로 한 달 동안 4076억 원이 줄었다. 중국 관련 ETF 순자산은 올 들어 6월 말까지 2308억 원이 더 늘었다가 최근 부동산발(發) 위기를 기점으로 중국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중국 관련 ETF이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대 히트작인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는 이날 9235원에 마감해 상장 이래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가 2만 원을 넘겼던 2021년 11월과 비교하면 1년 9개월여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순자산총액 역시 전날 기준 2조 5097억 원으로 2021년 6월 고점(4조 2376억 원) 때보다 40% 넘게 빠졌다. 최근 한 달간 감소한 금액만 2240억 원에 달한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관련 업체들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애초 미래에셋운용의 역작으로 꼽혔다. 상장 약 7개월 만에 해외주식형 ETF로는 국내 최초로 순자산 1조 원을 넘겼고 지난해 6월에는 4조 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운용이 1등 삼성자산운용과의 ETF 시장점유율 격차를 기존 20%포인트대에서 한 자릿수까지 좁힐 수 있었던 것도 이 상품의 공이 컸다.
중국에 투자하는 국내 ETF들이 속수무책으로 고꾸라지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 이 상품들을 매수했던 개인투자자의 상당수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2021년 7월~2022년 3월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만 2조 3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장 이후 총 누적 순매수(3조 592억 원)의 75%에 달하는 수치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이 상품을 사들인 투자자들의 평균 매입 단가는 현 주가보다 훨씬 비싼 1만 5212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36.65%나 손실을 봤다. 개인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이 상품을 1430억 원어치 순매수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다가 최근 한 달 동안에는 1079억 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는 만큼 관련 ETF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단기간에는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오쩌둥 시대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투자심리가 호전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