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해외에 유출된 기술이 129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0건 중 9건이 중국 기업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등의 후발 주자는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기술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기술 격차를 단숨에 줄이기 위해 위법과 탈법 조장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 공판 사건 33건을 검토한 결과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주를 이뤘고 실형은 6.1%(2건)에 그쳤다. 기술과 함께 핵심 인재를 빼가려는 시도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27일 법무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술 유출 시도는 더 노골화돼 중국의 반도체 회사들은 인력 채용 사이트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한국의 우수 반도체 엔지니어 영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아예 국내에 연구개발(R&D) 연구소를 설립해서 인재들을 흡수하며 핵심 기술을 빼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적발된 건수가 42건이었고 중소기업 76건, 대학·연구소 등에서 유출된 경우가 10건에 달했다.
기술 유출 시도가 갈수록 대담해져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이직 과정에서 반도체 초미세 공정(3나노)과 관련된 국가 핵심 기술 및 영업비밀 등이 담긴 파일들을 유출하다 적발됐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전직 임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의 공정 배치도와 설계 도면 등을 중국 기업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계열사나 협력사가 보유한 기술이 타깃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5월에는 삼성전자 계열 장비 회사 ‘세메스’에서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빼돌린 연구원들이 적발됐다.
핵심 기술 유출은 수십 년간 투자한 R&D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기업은 물론 국가의 미래 성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도체메모리 칩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첨단 기술 도둑을 잡기 위해서는 더 높은 울타리를 세워야 하겠지만 그에 따른 처벌 수위도 압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당장에는 양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