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역시 이주민이 몰렸지만 서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 이민 국가라는 인식은 없었다. 이른바 ‘임시 노동자(Guest Worker)’ 정책으로 3D 노동 분야 이민자를 받아들일 뿐 국적·시민권·정치권 등을 부여하지 않아 이주민의 정착을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임시 노동자가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였다.
값싼 노동력을 3D 분야에 투입하는 정도로만 여겼던 독일이 이민 정책을 국가 발전의 기회로 인식하게 된 것은 전방위적인 노동력 부족을 겪으면서다. 독일 경제연구소 IW쾰른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독일 산업계 전체에서 6만 2000명의 근로자가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순 근로 형태가 아닌 우수 인재와 반도체 숙련 근로자를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따랐다. IW쾰른은 독일 반도체 산업의 엔지니어 33%와 전자 엔지니어링 전문가 28%가 향후 10~12년 내에 은퇴 연령을 맞아 인력 부족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고 봤다. 독일이 노동력 부족 현상을 우려한 것은 최근 일만은 아니다. 2000년 이후 독일은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난민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인구가 단숨에 71만 7000명이 증가하는 등 확장적 인구 정책을 폈다. 당시 독일은 난민을 수용하고 소수민족을 보호하는 다문화 정책을 폈다.
하지만 독일인의 난민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반이슬람 정서로 사회 통합에 문제가 생기자 2010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가 다문화주의를 ‘전적인 실패(utter failure)’라고 인정하면서 이민 정책의 새판을 짜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은 ‘국민과 이민자의 동등한 참여로 사회 문화 간 융합 기반을 조성하는 정책’인 포용 정책으로 전환했다. 올해 6월 독일의회는 이런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이주노동자 유치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비(非)유럽연합(EU) 근로자들도 대학 학위나 직업 관련 자격증이 있다면 최대 1년간 독일에 머물면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학력, 독일어 능력 등의 취업 비자 발급 기준도 낮아지고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와 자녀뿐 아니라 부모까지 동반할 수 있다는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독일 이민 정책을 연구한 김현정 동아대 교수는 “한국도 외국인 근로자, 결혼 이주 여성 등을 위해 다문화주의 정책을 취했지만 결국 사회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도 포용 정책을 통해 다양한 구성원이 이주할 수 있는 정책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