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경기도의 B공공기관으로부터 ‘2023년 하반기 제조업 중소기업육성자금 지원계획 공고’ 문서가 담긴 우편물을 받았다. 고물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사업자에게 중소기업지원 육성자금 4888억 원을 지원한다는 이 우편물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이 정교하게 조작한 미끼였다.
그간 보이스피싱은 전화와 문자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우편물을 활용한 신종 수법이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30일 “최근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다소 변화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최근 수사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신종 수법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죄조직이 가짜 우편물을 우체국을 통해 발송하거나 직접 우편함에 넣는 사례를 다수 확인해 수사 중이다.
대표적인 예는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 등에 신청하라는 가짜 우편물을 보내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전화하도록 유도하는 형태다. 가짜 우편물은 우체국을 통해 발송되거나 조직원이 직접 우편함에 넣어 피해자에게 전달된다.
범죄조직이 개인 우편 수취함에 넣어 놓은 가짜 우편물 도착확인서. 자료제공=경찰실제 지난 7월에는 다량의 가짜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경북 경주 일대에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가짜 안내서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하면 "신분증을 우편함에 넣어두라"라거나 "우편물이 검찰청에 있다"고 속이는 수법이었다.
특히 우편물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공공기관 문서처럼 꾸며져 피해자가 내용물의 진위 여부를 알기 쉽지 않다.
경찰은 또 최근 악성 앱 차단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 공기계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검사를 사칭해 수사에 협조하라며 휴대전화 공기계를 구매하게 한 뒤 악성 앱을 깔게 하고 피해자를 조종해 돈을 가로채는 식이다. 또 수사절차라고 속여 피해자를 모텔로 유인해 감금하거나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촬영해 돈을 뜯어내는 사례도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화나 문자를 이용한 전화금융사기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범죄조직들이 오히려 전통적 수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