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Q의 숏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바바요가 서비스를 종료한다.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를 해온 OTT 가운데 문을 닫는 첫 사례다. 업계에서는 최근 OTT 시장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힘든 토종 OTT 업체들의 합종연횡과 인수합병(M&A)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OTT 업계에 따르면 바바요는 최근 공지를 통해 “8월 3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바바요는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10~20분 내외의 숏폼을 중심으로 한 OTT 플랫폼이다. 바바요는 연애·시사·예체능 등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5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도 편성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쌓이는 적자를 이겨내지 못했다. 스크립트 콘텐츠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예능 위주의 편성과 더불어 IHQ의 프로그램들을 제공해 왔지만 투자비용 대비 큰 적자폭이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모회사 IHQ는 바바요 론칭 시점이었던 지난해 2분기 연결기준 108억 원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2분기 5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때까지 계속해 적자를 기록했다. IHQ는 최근 OTT 바바요 관련 개발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인 KH그룹과 연관된 정치적 문제도 있지만 IHQ가 이미 감사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는 등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OTT를 계속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OTT는 어느 정도 기간의 적자는 당연한 일로 여긴다”면서도 “다만 적절한 시점에 재무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면 OTT들의 사업 지속은 불분명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티빙은 1191억 원, 웨이브는 1213억 원, 왓챠는 555억 원의 손실을 냈는데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들의 턴어라운드가 힘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자기자본과 모기업이 튼튼한 티빙이나 쿠팡플레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왓챠는 계속되는 손실에 매각을 타진해 왔지만 사업성 문제가 발목을 잡아 인수자를 구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도 투자자들과 약속한 기업공개(IPO) 기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상장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티빙과의 합병설까지 나돌았다.
거대 규모의 글로벌 공룡 OTT도 경영 악화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디즈니도 디즈니플러스 때문에 휘청이고 있다. 2분기 디즈니의 스트리밍 사업부는 무려 5억 12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엄청난 규모지만 전년 동기의 10억 달러에 비하면 줄어든 상황이다. 누적된 손실에 디즈니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직원 70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최근 투자자들은 디즈니가 손실 규모를 숨기고 이 손실을 다른 부문으로 이전했으며 턴어라운드 시점을 거짓으로 발표했다고 디즈니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바요의 서비스 종료는 토종 OTT 중 사업을 포기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며 “독주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면서 토종 OTT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